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유럽인들은 1697년 호주 대륙에서 검은색 백조를 처음 발견하기까지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고 인식했다. 그때까지 인류에게 발견된 백조는 모두 흰색이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발견으로 ‘검은 백조’는 ‘진귀한 것’ 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되었다.

여기에 착안해 미국의 투자전문가 나심 탈레브(Nasim Nicholas Taleb)는 2001년, ‘블랙스완 사건(Black Swan event)’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그가 말하는 ‘블랙스완 사건’의 특징은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제공황이나 미국대폭발테러사건(9·11 테러), 구글(Google)의 성공 같은 사건을 블랙스완으로 볼 수 있다.

기후변화, 도시화 등이 가속화되면서 대규모 재난은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재난이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9.11테러가 그랬고,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우리를 경악케 하였다. 또한 지난 9월에는 사우디 성지순례 압사사고로 2000여 명이 사망하였다.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사고들이다.

대형 재난은 수많은 사전 징후와 작은 원인들이 쌓였을 때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스완형 재난을 관리한다는 것은 사고원인의 조그마한 연결고리를 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보이지 않는 시스템적 내부 결함, 사소해서 놓치기 쉬운 프로세스 등을 세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정부는 사고 예방을 강화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재난관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즉 ‘블랙스완 탐지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안전신문고를 운영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안전대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일종의 재난예방 시험성적표인 지역안전지수를 만들어 지자체의 노력도 독려하고 있다.

각종 정보시스템 등을 통하여 다양한 재난정보를 수집하고,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여 재난·재해 발생가능성을 분석하는 빅 데이터 관리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연구개발(R&D) 투자와 국제적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국민안전 의식 수준을 완전히 바꾸는데는 60년이 걸린다. 한 어린애가 태어나 안전의식을 스스로 반사적으로 터득하는데 60갑자(甲子) 한세대가 흘러야만 제대로 안전문화가 정착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위에 공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채 숨을 쉬듯이 안전을 중시하는 습성이 몸에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어야 안전의식이 정착됐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승리한 장수는 영웅으로 기록 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쟁을 막은 사람은 쉽게 잊혀 진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예방한 재난위기 관리는 성과가 드러나지 않아 평가받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안전한 사회 없이는 경제부국도 국민행복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어느 날엔가 마주칠 재난은 우리가 소홀히 보낸 어느 시간에 대한 보복이다’는 나폴레옹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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