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선정 2015년 산업안전보건 10대 이슈


도급인 산재예방 의무 강화, 산업안전보건 감독체계 개편
화평법·화관법 본격 시행, 감정노동 산재인정 범위 확대 등 안전보건환경 대폭 변화

2015년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올해 산업안전보건계에서는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고에 따른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등 후속 정책·제도들이 시행되면서 어느해보다 뚜렷하게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위험의 외주화, 감정노동 등 최근들어 대두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급인의 산재예방 의무가 강화되고, 감정노동의 산재 인정 범위가 확대되기도 했다.
본지는 올해 전국 안전보건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슈를 정리해 봤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등 안전분야 발전방향 제시

올해 연초부터 정부는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등 안전분야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마련, 시행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보름여 앞둔 지난 3월 30일, 우리나라 재난안전관리체계의 비전과 발전방향을 제시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이 발표된 것이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우리의 재난안전관리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국무총리실과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17개 부·처·청이 참여한 중·장기 종합계획이다.

이 계획은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을 비전으로 ‘안전이 생활화된 국민’, ‘안전이 체질화된 사회’, ‘안전이 우선시되는 국가 정책’이라는 3대 목표 아래 5대 전략 100대 과제가 담겨 있다.

이와 같은 과제는 최근 50년간(1964년~2013년) 사망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대형사고 276건에 대한 사례 분석과 국회, 언론, 감사원 등의 지적사항 등을 토대로 도출됐다. 즉, 우리나라 재난안전관리체계의 고질적이고 반복적인 문제점을 찾아내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리나라 재난안전관리의 표준화된 틀을 마련해 나가고 있으며, 현장의 재난 대응 역량 역시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각 시·도에 재난안전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어린이와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복지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이 성공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2019년까지 약 3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외에도 고용부에서는 지난 1월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고용부는 사내하청업체 위험작업에 대해 원청에 공동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10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실현됐다.

또한 고용부는 기업, 근로자, 정부 등 각 주체별 안전보건 책임을 명확하고, 산재예방 유발 요인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능력을 제고하고 있다. 특히 안전보건 인프라를 구축하고, 안전수칙이 실천되는 안전보건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4대 안전수칙 준수 캠페인’이 이의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화평법·화관법 본격 시행

올해 1월 1일부터는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이 본격 시행됐다. 먼저 화관법은 불산누출사고 등 화학물질 관련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시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며, 화평법은 화학물질 및 그 함유제품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제정됐다.

먼저 화평법 시행에 따라 모든 신규 화학물질과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이 의무화됐다. 아울러 유해물질 함유제품으로 인한 국민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세정제, 방충제 등 생활화학제품을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하여 안전·표시기준을 준수하도록 했다.

또 화관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 대상 취급시설은 1년마다, 그렇지 않은 취급시설은 2년마다 전문기관의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취급시설 설치자가 화학사고 발생으로 사업장 주변 지역 사람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장외영향평가제가 새롭게 도입되기도 했다.


◇국민 모두가 참여한 국가안전대진단

지난 2월 16일부터 4월말까지는 국민참여 중심의 ‘국가 안전대진단’이 시행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대진단 기간동안 107만여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것은 물론 안전관련 법령·제도 개선사항을 발굴하는 등 우리사회의 모든 안전 분야에 대해 살펴봤다.

특히 기존의 국가기관 중심에서 벗어나 민간전문가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한 것은 특이점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국민참여형 현장점검 외에도 ‘안전신문고’를 통한 위험요소 신고 등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실제로 대진단 기간동안에는 총 1만4718건의 안전신고가 이뤄졌다.

참고로 올해 대진단에서는 연인원 33만6958명(공무원 22만7305명, 민간전문가 10만9653명)이 참여하여 107만여개 시설(공공 24만개, 민간 83만개)을 점검했다. 점검결과 5만9122개(전체의 5.5%)에 대해 시정조치(현지시정·조치 2만2228개소, 보수·보강 3만6804개소, 정밀진단 910개소)가 실시됐다.

내년도 국가 안전대진단은 2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3개월 간 실시될 예정이다.


◇산업안전보건 감독체계 ‘예방·기획감독’에 주력

올 7월부터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감독체계가 예방·기획감독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개편됐다.

이는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사업장 감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마련된 후속 조치다.

그동안 고용부는 재해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벌 위주의 감독을 실시했다. 하지만 산재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전에 사업주 스스로 개선할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예방감독’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고용부는 제조업, 건설업 등 분야별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패턴 3가지를 선정하여 사전예고제 형식의 기획감독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고다발 패턴은 ▲제조업-정비작업 중 기계 끼임, 하역운반기계 부딪힘, 용접 중 화재·폭발 ▲건설업-고소작업대 등에서의 추락, 터파기작업 중 붕괴, 크레인 등의 넘어짐 ▲직업건강 분야-밀폐공간 질식, 연소시 일산화탄소 중독, 독성물질 급성중독 등이다.


◇도급인의 산재예방 의무 강화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에 따라 눈에 띄게 변화한 것으로 도급인의 산업재해예방 의무가 대폭 강화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0월 20일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수급인 근로자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도급인의 안전관리 의무가 강화됐다.

현행법은 도급인이 산재예방 조치를 해야 하는 유해 위험 장소를 20곳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는 ‘사업목적 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모든 작업’으로 확대된다. 이는 최근 정비, 수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수급인 근로자에게서 재해가 빈발하고 있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아울러 이와 같은 의무를 소홀히해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근로자가 사망하게 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울러 개정안에 따라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가 미흡하다고 여겨질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추가적인 안전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사업주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는 고용부에 직접 신고할 수 있다. 위험 상황에서 대피하거나 이를 신고한 근로자에게 사업주가 불이익을 줄 경우에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개정안에는 산재 발생 미보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산재 발생 사실을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보고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가 현행 ‘1000만원 이하’에서 ‘1500만원 이하’로 상향된 것이다. 또한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를 보고하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참고로 15일 현재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안전보건 사각지대 해소 박차

올해 고용부는 안전보건계에서 직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에도 나섰다. 바로 특수업무직과 감정노동 근로자들의 안전보건관리 강화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월 2일 고용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들 개정안의 핵심은 근로자와 유사한 업무를 하지만 근로자 지위에 있지 못하는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한 것이다. 대출모집인, 카드모집인, 전속 대리운전기사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 적용 직종에 추가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레미콘기사, 택배기사, 전속 퀵서비스 기사만 특례 적용 대상이었다.

또 텔레마케터, 판매원, 승무원 등 감정노동자가 고객으로부터 장시간 폭언을 듣는 등 고객응대 후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병이 발생하게 되었다면 산재로 인정을 받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상을 강화하기도 했다.

현행법에 따라 근로자의 산재보상은 재해 사업장의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된다. 즉, 복수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의 경우 재해를 당하면 재해 사업장의 평균임금만으로 산재보상을 받아 실질적인 생활 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고용부는 법 개정을 통해 산재보상 시 재해 사업장뿐 아니라 재해 당시 근무하던 다른 사업장의 임금도 합산해서 평균임금을 산정토록 했다.

참고로 이들 개정안은 지난 14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쳤다.


◇전 세계 산업보건축제 ‘국제산업보건대회’ 성공리 폐막

산업보건분야의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학술대회인 ‘국제산업보건대회’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국제산업보건대회는 1906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한 이래 1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행사로 올해로 31회째를 맞았다. 대회 기간동안에는 각국의 산업보건전문가들이 근로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진행한 연구 성과와 정책, 경험을 교류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림으로써 산업보건 분야에서 국제적인 지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산업보건서비스 발전에 관한 서울성명서’가 채택되기도 했다. 성명서에는 대회 기간 동안 논의된 주요사항 등을 바탕으로 향후 국제사회가 노력해야 할 내용이 담겨 있다.

성명서의 주요 내용은 전 세계 근로자의 3/4이 산업보건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연간 230만명이 사망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각 국가는 안전보건과 관련된 정책, 전문가양성, 교육훈련, 정보교환 등 활동에 공동 협력함으로써 국가 간 안전보건 격차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또 성명서에는 전 세계 모든 근로자를 위한 원활한 산업보건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국가, 국제사회, 전문가 등의 협력과 지원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같은 성명서에 따른 각국의 실행 결과는 2018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제32회 국제산업보건대회에서 발표된다.


◇헌재, 업무상재해 입증 책임은 근로자에 있다

‘업무상재해의 입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올해 헌재는 현행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6월 헌재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급성 심장사로 숨진 A씨의 유족들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어 이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37조제1항)에 대해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업무상 재해의 입증책임을 근로자 측에게 요구하는 것은 재해근로자와 그 가족에 대한 보상, 생활보호를 필요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그와 함께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시행령에 각 질환별 구체적 인정기준을 규정하면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하고 있어 적어도 이에 대해서는 근로자 측의 입증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근로자 측이 부담하는 입증책임이 현실적으로 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근로자나 유족의 입증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안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업무상 질병은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될 뿐 아니라 근로자 측은 전문 지식이나 관련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입증책임을 전적으로 근로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석면사용 전면 금지

1급 발알물질로 널리 알려진 석면의 사용이 우리나라에서 전면 금지됐다.

고용부는 지난 4월부터 모든 석면함유제품의 제조·수입·양도·제공·사용이 모두 법적으로 금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석면의 심각한 유해성을 감안해 지난 2007년 1월부터 석면함유제품의 사용 등을 단계적으로 금지해 왔다. 다만 대체품이 개발되지 않은 군수용 및 화학설비용 등 일부 석면함유제품에 대해서는 대체품 개발 시까지 적용을 유예한 바 있다.

유예 대상은 ▲잠수함 및 미사일용 석면개스킷 제품 ▲미사일용 석면단열제품 ▲화학공업 설비용으로써 100℃ 이상 온도의 부식성유제를 취급하는 부분에 사용되는 입경 1400㎜ 이상의 석면조인트시트개스킷 ▲화학공업 설비용으로 사용되는 입경 2300㎜ 이상의 석면조인트시트개스킷 등이었다. 하지만 관련 고시 개정에 따라 이들 제품에 대해서도 사용 등이 전면 금지됐다.


◇사망자수 감축 목표관리제 도입

올해 정부는 내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산업재해 등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안전사고 사망자수 감축 목표관리제’를 도입 시행한다.

안전사고 사망자수 감축 목표관리제는 산업재해를 비롯해 교통사고, 화재, 자살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지자체별로 자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이행계획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우선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시·도가 매년 작성해야 하는 최상위 법정 안전계획인 ‘시·도 안전관리계획’을 재난유형별 피해원인 분석을 토대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수립하고, ‘시·도 안전관리계획’과 ‘국가 재난·안전예산’을 연계하는 등 안전예산의 투자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사고 사망자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지자체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가 구축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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