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은 비슷해도 피해는 달랐던 의정부와 분당 화재의 교훈

지난 11일 오후 8시18분경 경기도 분당구 수내동 S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층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시작된 불은 불과 3분여 만에 외벽을 타고 12층 꼭대기까지 번졌다.

상황은 긴박했다. 화마가 외벽 전체와 내부 2000여㎡를 태우고 있을 때, 건물 2층의 수학학원에선 고등학생 250여명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지만, 학생들은 모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사망자나 중상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단지 5명 정도의 학생만 연기 흡입으로 인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번 사고는 여러 면에서 지난 1월 의정부 D아파트에서 발생했던 화재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분당 S빌딩과 의정부 D아파트는 모두 1층을 주차용 공간으로 비워둔 이른바 ‘필로티’ 구조로 돼 있었다. 또 외벽도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입힌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했다. 불이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해 불과 몇 분도 안 돼 건물 꼭대기까지 번진 것도 비슷했다.

유사한 화재사고였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완전히 달랐다. 의정부 D아파트 화재사고에서는 5명이 숨지고 139명이 부상을 당했다. 반면 분당 S빌딩 사고의 경우 주말 밤 대도시 중심가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경상자만 발생했다.

분당 S빌딩의 화재 피해가 작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매뉴얼이 철저히 준수됐기 때문이다. 우선 책임자들의 비상 상황 시 대응절차가 매우 체계적이었다. 당시 가장 먼저 화재사실을 확인한 공상태 교사는 곧바로 복도로 뛰쳐나가 “불이야. 모두 대피하십시오”라고 외쳤다. 이후 복도로 나온 학생들은 교사들의 지시에 따라 한 줄로 서서 비상계단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17명의 교사들은 최대한 학생들을 안심시키며 마지막 한 명까지 챙겼다. 특히 최초 발견자인 공상태 교사는 학생들을 모두 대피시킨 다음 17개의 교실을 다시 한 번 둘러본 후에야 마지막으로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평소 철저했던 방화시설 관리도 사고 피해를 줄이는데 큰 몫을 했다. 불이 난 건물은 주차장 공간에서 상가로 이어지는 통로에 방화문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었고 두 방화문 모두 제대로 닫혀 있었다. 건물 외벽이 순식간에 타올랐음에도 연기가 건물 안으로 확산되지 않았던 것은 닫혀있던 방화문 덕분이었다. 의정부 화재 때는 연기가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고, 이를 마신 주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호흡기 손상을 입었다. 만일 이번에도 방화문이 열려 있었다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소방당국의 신속한 출동도 피해를 줄이는 요인이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넓은 진입로가 확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당시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 출동에 10분 이상이 걸렸다.

이처럼 분당 화재사고는 올 초 발생한 의정부 화재와 여러모로 대비돼 안전관계자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평소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고 비상 대응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다면 사고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이번 분당 화재사고를 계기로 정부 당국은 대형건물의 방화문 작동여부와 소방 진입로 확보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국민들은 평소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발생 가능한 사고들에 대한 위기 대응 매뉴얼을 철저히 숙지해야 할 것이다. 비상 상황에서 생사를 가르는 것은 매뉴얼에 입각한 체계적인 대응이라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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