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선 국민안전처 재난대응정책관

 

2005년에서 2014년까지 최근 10년간 겨울철 대설(大雪)로 인한 시설물 피해액은 연간 750여억원에 달한다.

피해액도 적지 않지만 폭설과 한파 등으로 인한 교통마비, 상수도관 동파로 겪는 불편, 사회·경제적 영향과 같이 단순히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겨울철 재난은 그 날씨만큼이나 우리 마음을 움츠리게 만든다.

지난 2004년 3월 5일부터 6일까지 대전 49㎝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눈 때문에 경부고속도로가 마비돼 많은 운전자들이 최고 37시간 동안 비좁은 차량 안에 갇혀있었던 경우와 2011년 2월 11일에서 12일 이틀간 최고 110㎝ 폭설로 강원 삼척 7번 국도에서 차량 100여대, 300여명이 21시간 이상 고립된 경우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장시간 도로에 갇히게 되면 공포감은 물론 체온저하, 응급환자 발생 등 심각한 피해로도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대설로 인한 간접피해 역시 결코 쉽게 볼 수 없다.

이런 대설로 인한 피해는 비단 고속도로나 산간지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도심지에서도 새벽시간에 갑자기 많은 눈이 내리면 출근길에 비상이 걸리거나 언덕길과 교차로에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되는 등 대설로 인한 피해는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서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안전처는 매년 12월 1일부터 다음해 3월 15일까지를 겨울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대설과 한파 등 자연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관리에 나서고 있다.

겨울철 자연재난을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응주체 간 수평·수직적 협력이 필요하다.

수평적 협력은 국민안전처와 중앙부처 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행정기관 및 유관기관 사이의 정보공유와 상호협조를 의미하고, 수직적 협력은 중앙과 시·도, 시·군·구 간에 신속한 지휘·보고와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습적·국지적 폭설이 잦아지면서 앞서 언급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정부, 지자체와 유관기관에서는 24시간 선제적 상황관리와 비상단계별 대응을 철저히 해야 한다. 기상상황 단계별 상황판단회의 개최시기와 회의 주재 책임자를 지정해 뒤늦은 대응으로 인한 피해확대를 막아야 하고, 신속한 초동대응을 위해 비상근무 사전예고제를 실시하여 강설 징후 3시간 전에 비상근무를 발령하여 선제적인 상황대처가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위험 시설과 지역을 미리 지정해 소유자·점유자에게 동절기 전에 보수·보강을 실시하고 제설용 장비·자재를 비치하도록 해야 한다. 기상특보 등 위험징후가 발견되면 사전에 출입을 통제하고 대피를 유도하기 위해 공무원과 마을대표로 담당책임자를 각각 지정하여 관리해야 한다. 또 산간마을 등 고립예상 지역에 대한 관리대책을 수립해 교통두절에 대비한 헬기보유 기관과의 긴급지원 협조체제를 미리 구축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참여가 없다면 효과적인 겨울철 재난대응에는 분명 한계가 따를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눈이 내리면 앞마당은 물론 동네 골목길까지 눈을 치우는 것을 미풍양속으로 여겨왔지만 도시화·산업화가 이뤄지고 이웃 간에 왕래가 없어지면서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제설작업이 주요 도로 위주로 이뤄져 이면도로, 골목길에는 내린 눈을 바로 치우지 않고 한파가 몰아치면 그대로 얼어붙어 빙판길로 바뀌게 되는데, 이를 방치하면 낙상사고로 이어져 골절 등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내 집 앞 눈치우기’ 등 제설작업에 주민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주민센터, 마을회관, 이·통장 자택 등 접근이 쉬운 일정한 장소에 제설도구를 비치하여 눈 치우기에 쉽게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눈을 치우는 사람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먼저 치우면 함께 돕는 사람이 생기고 결국은 다 같이 동참하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번 겨울 내리는 눈은 불편하고 위험한 존재가 아닌 겨울눈꽃처럼 국민들에게 설렘과 낭만을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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