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섭 산림청장

 

국민과 지자체의 협조가 원동력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지구촌 곳곳에서 태풍 및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웃나라인 중국은 지난 8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여 40여명이 실종되었다. 일본도 8~9월 태풍 ‘고니’와 태풍 ‘아타우’가 휩쓸고 가면서 내린 전례 없는 폭우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또한 근래인 10월초에도 남미 과테말라를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기록적인 산사태 피해가 발생해 280명이 사망하고 70명이 실종됐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보통 한 해 동안 3개 정도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만 금년에는 4개의 태풍이 간접적으로만 영향을 주었다. 이 태풍들로 인해 제주 등 일부지역에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으나 산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는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 등의 노력, 국민들의 협조 등으로 얻어진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산사태 피해가 없었던 기록은 1992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 이다.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산림청은 일선 산림재해 대응력 강화를 위해 ▲산사태 예방·대응 훈련과 교육 ▲ 산사태취약지역 지정 및 주민대피체계 구축 등을 집중적으로 실시하였다. 봄철 산불조심기간이 종료되는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는 산사태예방지원본부를 운영하면서 산사태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등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올해는 산사태전문가를 활용한 현장컨설팅을 최초로 실시하였다. 담당 공무원들의 산사태취약지역 지정·관리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켰고, 집중호우로 인한 산림재해우려지역에 대한 산림분야 국가 안전대진단을 실시하였다. 이를 토대로 우기 전에 산림재해우려지역을 보수·보강함으로써 생활권 등 대규모 인명 및 재산피해 우려를 낮출 수 있었다.

도로변 산사태 예방에도 집중하였다. 고속도로 등에 단 한 번이라도 산사태가 발생하면 인명 및 재산피해는 물론 장시간 통행제한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손실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13년부터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업하여 산사태우려지역 54개소에 사방댐 등 재해저감 시설을 적기에 설치완료했다.

국방부와는 민북지역의 산사태발생 우려지역 실태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금년 말까지 조사가 완료되면 내년부터 사방댐 등 예방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노력의 결실로 올해는 2년 연속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 제로라는 매우 뜻 깊은 성과를 거두었다.

국민들의 산사태 예방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와 자치단체 및 유관기관 담당자들의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자연을 상대로 하는 산사태 업무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내년 여름 우리가 다시 어떤 상황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 다만,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옛 속담처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수행하며 대비한다면 산사태로 인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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