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전에 관한 규제가 점점 더 강화되면서 규제 대상인 사업장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헌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규제는 강화되고 안전에 대한 사업장의 관심은 커지는데 희한하게도 산업재해는 급격하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제도가 강화되고, 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재해는 감소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기초와 기본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안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규제대상들은 왜 규제가 강화됐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 자아반성과 함께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야 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다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대다수가 원성 또는 푸념과 함께 ‘어떻게 하면 강한 규제의 덫에 걸리지 않을 것인가’만을 더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산재발생시 정부의 감독이 쏟아질 것이 두려워 산재처리를 기피하거나 발생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산재감소라는 규제 강화의 목적과 달리 기대하지 않은 풍선효과(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에 또 다른 문제가 새로 생겨나는 현상)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문제점이 발생하는 이유는 많은 국민들의 인식 저변에 안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지켜야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잘못 자리 잡혀 있는데다 안전에 대한 기초 역시 부실한 것이다.

잘못된 인식과 기본을 바로잡는 방법은 교육뿐이다. 기업은 경영진부터 관리자,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정부는 교육이 형식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빈 틈 없이 감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초, 중, 고교 등 교육현장에서는 안전의 중요성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도록, 안전이 향후 학생들이 살아갈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도록 중점을 두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두고 반박의 목소리가 있을 수도 있다. 이 불경기에 안전까지 신경 쓰는 것은 무리라고, 학업에 정진하기도 바쁜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안전공부까지 시켜야 하겠냐는 등의 볼멘소리가 그것이다.

생산은 일시적인 이익을 좌우하지만 안전은 기업의 존망(存亡)을 결정짓는다. 또 학교에서 배우는 국, 영, 수는 몇 번의 시험성적을 좌우하지만 안전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이렇게 중요도에 대한 해답이 명쾌한데 무슨 고민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간 안전을 후순위로 미룬 결정으로 인해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왔다. 거듭 실패를 겪어왔음에도 또 잘못된 길을 답습한다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큰 변화를 체감하기가 힘들다. 큰 슬픔과 고통을 딛고 우리나라 안전체계를 뼛속부터 바꿀 수 있었던 계기를 너무나 허무하게 실기(失期)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소한 지금 안전교육의 씨앗이라도 잘 심어 놓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 씨앗을 잘 심고 꾸준히 물을 잘 주면 어느 틈엔가 큰 나무가 되어 있을 것이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겐 안전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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