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명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혼합물질의 안전은 쉽게 말해 여러 물질의 혼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미리 예측하여, 그 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세명대학교 하동명 교수는 이 혼합물질의 안전성을 연구하는 데에만 20여년의 시간을 보냈다. 혼합물질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재해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지금껏 쉬지 않고 연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하 교수는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논문과학상을 올해까지 총 3회 수상할 정도로 많은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3회 이상 수상한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하 교수의 연구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본지는 금주의 세이프티 인터뷰 코너에 하동명 교수를 초청, 혼합물질 안전성 연구에 대한 그의 열의를 들어보고, 우리나라 혼합물질 안전성의 현황 등에 대해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교수님이 연구하고 계신 분야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물질 위험성 분야의 경우 순수학문이다 보니까 관심이 적을 수도 있지만은 엄밀히 따지면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험물질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공정에서 취급하는 물질에 대한 안전성평가가 이루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공정설계도 안전에 입각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재해도 분명 줄일 수 있겠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위험물질에 대한 연구가 잘 이루어지면 공정에서의 안전은 50% 이상이 확보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점이 제가 지금까지 20여년간 혼합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집중 연구해온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기틀이 잡혀있지 않아 발생하고 있는 사고들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그만큼 보람된 일도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혼합물질 연구의 중요성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혼합물질의 경우 혼합된데 따른 변수 및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만큼 위험성도 큰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물질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위험성이 큰 물질에 대해서는 실험을 통해 검증을 해나가고, 그에 따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업입장에서 볼 때도 이런 과정이 어떻게 보면 공정에 있어 비용을 아끼는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고가 한 번 일어나면 인적, 물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그런 측면에서 봐도 기업에서는 혼합물질의 특성에 대한 실험과 초기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혼합물질 위험성연구에도 분명한 차이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제도적인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뒤떨어지는 이유는 단지 혼합물질 분야가 순수 기반학문이고 초기투자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선진국에 비해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연구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삼성과 KCC 등의 일부 대기업에서 혼합물질이나 반도체에 대한 연구에 적극 나서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혼합물질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혼합물질에 대해 어느 정도 활성화될 기틀이 마련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Q. 최근 실험실에서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위험물질, 혼합물질에 대한 사고가 가장 많은데 실험실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실험을 하는데 있어 물질의 개별 특성들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혼합물의 특성을 잘 모르다보니까 혼합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화재나 폭발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실험하기 전에 각각의 순수한 물질의 특성을 알고, 정량적으로 섞기 전에 먼저 정성적(조금)으로 섞어서 현상을 파악한 다음에 실험에 임해야만 이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실험실의 연구자들은 해당 연구분야에 자신이 권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구 이외의 부분, 즉 안전에 대한 것들을 쉽게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연구책임자들도 ‘이 정도는 내 선에서 충분히 관리감독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안전의식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실험실안전에 관련된 법을 준수해나간다면 물질에 따른 위험성도 상당부문 예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됩니다. 이런 점에서 각종 강연이나 교육이 있을 때는 연구종사자 및 연구책임자 모두 반드시 참석시켜 안전의식을 높여나가고, 실험실 안전관리에 대한 각종 점검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 화공안전의 기틀이 되었던 MSDS에다가 최근 국제 기준인 GHS가 도입됐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MSDS가 GHS(화학물질의 분류․표지에 관한 세계조화시스템)로 통일화되면서 관련 제도가 마련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MSDS 자체도 확실하게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어차피 글로벌 시대에 들어선 만큼 우리나라도 GHS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면 먼저 MSDS 제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있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 MSDS와 GHS는 거의 같다고 보면 됩니다. 라벨과 물질구분, 양식 등에서 다소나마 차이가 있고, 보건과 위생 쪽이 좀 더 세분화가 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MSDS가 먼저 확실히 자리잡으면 GHS도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산업현장의 안전사고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산업안전의 변화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이에 대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도적인 부분은 차선이고 먼저 후진국형 안전의식부터 바뀌어져야 합니다. 사람은 중요시 하지 않고 생산과 품질만 강조하고 있는 문화가 너무 오랜기간 동안 만연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자 및 연구책임자, 관리자들의 인식변화가 가장 먼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현장을 운영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면 근로자들의 참여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고, 그로 인해 산업현장의 재해는 전체적으로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현재 근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현장의 문제점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그 장소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근로자들입니다. 현장에서 근로자들과 관리자 입장이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근로자들이 생각하는 안전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국가적인 정책도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국가적인 정책이 정말 안전을 위한 정책인가 한번 돌이켜보고, 그렇지 않다면 진정 근로자들이 원하는 안전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라 생각합니다.

Q. 최근 안전에 대한 학문연구의 추세를 짚어주신다면?

1:29:300이라는 하인리히의 이론이 나온 게 벌써 몇 년이 됐습니까? 1930년대면 벌써 70~80년 된 학문입니다. 이를 가지고 지금 산업현장에 접목시켜 나가다보니 현실과 어긋나는 점도 그만큼 많은 것입니다.

교과서적으로 과거의 기반 이론에 그치지 말고, 각각의 분야에 대해 꾸준한 연구가 이루어져 위험성을 재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아차 사고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인간공학적 요소를 포함해서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와 같은 연구자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도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혼합물질에 대해 상당히 많은 연구를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도 혼합물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서 우리나라도 이런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습니다. 이 연구가 활성화되면 연구실안전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의 전체 안전도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화재모델링 쪽으로 확대하여 연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그 분야 역시 현장의 안전 또는 플랜트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일익을 담당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Q. 끝으로 현장에서 일하고 계시는 안전담당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사실 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처럼 안전을 가르치는 사람도 있고 경영을 하고 계시는 분도 있지만 가장 격려해주어야 할 분들은 바로 근로자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런 분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근로자분들, 그리고 안전담당자분들에게 항상 건강하시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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