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교육과정 필요

범국가적으로 조기안전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회는 최근 공청회를 열고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을 발표했다. 시안의 핵심 중 하나는 ‘안전’이 정규 교육과정으로 신설된다는 것이다. 2017학년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의 수업시간수가 주당 1시간 늘어나는데, 이 시간이 체험 위주의 ‘안전생활’ 교과시간으로 배정된다.

교육부는 향후 교과별 공청회를 통해 교육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뒤, 총론 및 각론 공청회와 교육과정심의회 심의를 거쳐 9월말 경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안전’이 드디어 공식적으로 정규 교과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나타내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일부 교육 전문가 등이 이번 개정 시안의 안전 관련 부분에 대해 반대의 뜻을 표하고 있어 적잖은 안타까움이 있다. 반대 의견의 핵심은 지금도 여러 교육과정을 통해 ‘안전’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데, 안전 교과목을 신설해서 추가로 가르친다면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렇게 안전교육을 많이 하고 있고 잘 하고 있다면 왜 스쿨존에서 여전히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고, 교내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어린이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지를. 물론 이것은 교육의 이행여부가 문제가 아니고, 학생들의 잘못도 아니다. 당연히 모든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로 법·제도를 정비하지 못하고 안전시설을 완비해 놓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이다.

하지만 이 어른들의 부족한 점을 단 시일 내 고치고 보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이 허점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어린 학생들도 충분한 안전의식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어쩌면 필수일 수도 있다.

그리고 수없이 안전사고가 되풀이 되는 현 대한민국의 상황을 봐서 알겠지만, 안전의식은 쉽사리 향상되지 않으며 개선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조기안전교육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아직 습관이 고착화되지 않고 인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나이일 때 안전을 생활습관이자 일상의 한 부분으로 인지시켜야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전문화가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안전전문가가 고지하듯, 안전교육은 아무리 반복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기회와 시간이 있다면 가능한 많이 실시하는 것이 좋다.

한국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교과목에 대한 집중 교육이다. 하지만 정작 그 중요도를 따지자면 ‘안전’이 이들 교과목보다 실생활에 더 중요하면 중요하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안전은 건강은 물론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의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안 그래도 지나친 사교육에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생길 것을 걱정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기에 안전 전문가와 교육 전문가의 소통과 협업이 필요하다. 이들이 힘을 합쳐 우리 어린 학생들이 안전을 공부와 학업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삶을 통해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체험 위주의 즐거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안전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배운다면, 그 안전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몸에 배어 일평생 안전한 삶을 보낼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안전 선진국들의 모습이자 일상이다. 늦었지만 우리도 이제 그 선진국이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잘못된 방향 설정으로 되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착실히 준비를 하여 내실 있는 안전교육과정이 실행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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