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춘 조달청 토목환경과 과장

발주기관과 건설업계가 상생의 Partner가 되기를 기대

기원전 3세기경 진시황이 북방 흉노족들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해 세웠다는 만리장성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책 토목공사다. 현존하고 있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 하나로 인정받아 1987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실제 길이는 만 리(4000km)보다 5배 정도 더 길다는 만리장성 축조공사는 10여 년 동안 이어졌으며 30만의 군사와 수백만의 농민들이 징발되어야 했다. 그 후에도 역대 왕조들의 개수(改修)가 거듭됐고, 명나라 때 와서는 200여 년 동안 18차례나 수축(修築)되어 지금의 만리장성이 완성될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수많은 민초의 희생을 바탕으로 완공이 되었기에, 어떤 이는 만리장성을 ‘노동자들의 거대 무덤’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실제로 만리장성의 공사 중에는 수를 셀 수도 없이 많은 백성들이 노역에 동원됐으며, 이 때문에 조세과다로 국력이 약해지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백성들의 피와 땀을 딛고 선 만리장성이지만, 그 웅장한 위세에 대해서 만큼은 토를 달 여지가 없다. 중국의 지도자 모택동(毛澤東)은 “장성을 오르지 않고서는 사내대장부라고 할 수 없다(不到長城非好漢)”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하였다.

후대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탄성과 찬사가 부디 희생된 민초들의 넋을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날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는 고대 만리장성 축조 공사처럼 국가주도 하에 수많은 군사와 백성이 징발되어 오랜 기간 노역에 종사하던 것과는 다르다. 계약법령에 따라 발주, 입찰, 낙찰자 선정, 계약체결의 절차를 거치며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은 세금이 재원인 국가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주자인 국가는 적정공사비를 산정하여 정부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려 하고, 시공사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려는 서로 다른 가치관이 발생하는데, 이는 정부와 건설업계가 풀어나가야 할 영원한 숙제다.

정부발주공사의 약 30%를 집행하는 조달청은 정부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경쟁 입찰 제도를 통해 공급자를 선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입찰자는 높은 가격에 낙찰을 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적정 공사비를 산정하여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려는 정부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입장은 서로 창과 방패의 관계에 있다. 서로 부딪히면서도 각자의 역할을 보강하며 발전해나가는 과정이 비슷하다.

발주기관과 건설업계가 상생하며 최고 가치의 공사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 조달청은 적정 공사비 산정업무를 하고 있다. 54년간의 공사원가 검토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적정공사비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간접노무비, 일반관리비, 이윤 등을 매년 조사 분석하여 공개하고 있다. 예산의 기초자료로 되는 공공 건축물의 유형별 공사비 분석, 원가계산 사례집도 매년 발행하고 있다. 올해 5월 1일부터는 조달청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사비산정용 전산프로그램인 ‘통합원가관리시스템’을 정부 3.0 정책의 일환으로 나라장터를 통하여 공공기관에 공동 활용하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우선, 예정가격 작성 시 주요 자재가격은 시설자재가격심의회를 통하여 심의 및 결정하고, 확정된 가격을 나라장터에 모두 공개한다. 이는 ‘인터넷 가격검증(Feed-Back)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검증된 가격을 적정공사비 산정에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조달청에서 검토하는 모든 공사에 대해 적용한 일반관리비·이윤 등 제 비율, 증액과 감액 및 그 해당사유 등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해 9월 15일부터는 공공공사에 활용 빈도가 높은 단가산출 근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원가계산 업무의 노하우를 적립하여 공사비 산정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사원가은행(Cost Bank)을 구축했다. 현재 전체 공사비의 약 12%를 차지하는 2,122품목에 대해 공사비 산정에 대한 정확성을 높임으로써 해당 공종의 과다 또는 과소계상을 원천 차단하여 적정공사비를 산정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품목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날카로와서 못 뚫는 방패가 없는 창(矛), 굳고 단단하여 뚫리지 않는 방패(盾)는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할 수가 없다. 정부공사비의 과다 책정은 미시(微視)적 관점에서는 건설사의 이윤 극대화로 연결 되겠지만 거시(巨視)적으로는 국가예산의 비효율적 집행으로 만리장성 수축(修築)과 같이 조세과다, 국가경제 위축, 건설물량감소, 결국 건설사의 부도라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만들게 된다. 조달청은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제도 발굴·개선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발주기관과 건설업계가 창과 방패의 관계가 아닌 상생을 통한 동반성장자(Partner)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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