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경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끌어내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 3월 처음으로 1%대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75%에서 0.25%p 내린 1.5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p씩 낮춰 1.75%까지로 인하한 뒤 3개월 만에 또 조정한 것이다.

이번 금리 인하는 엔저와 저유가에 따른 수출 둔화, 경기 회복세의 가늠자가 되는 소비지표의 하락 등으로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낮은 경제지표에 메르스까지…설상가상

우리나라의 5월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10.9% 추락하면서 올 들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4월 설비투자와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각각 0.8%와 0.3% 줄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개월 연속 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돌발 변수로 떠오른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변수가 실물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메르스 사태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다,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에 대한 압박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동결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이 이르면 9월로 예고된 점도 기준금리를 내리는데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자본유출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시기상으로 이번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 많았다.

윤여삼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확인된 경기 지표들도 좋지 않았고, 메르스 때문에 5월 소비지표까지 흔들릴 수 있다”면서 “내수 안정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정책적 노력이 나와야 할 타이밍”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 폭탄 뇌관은 더욱 커져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조로 인해 이미 1100조원을 넘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가계 주택담보대출이 전년 대비 11%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증가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미 올해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상황에서 추가로 무리하게 통화 정책을 추진하기엔 부담”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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