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다소 일반적인 상식과 국민적 정서를 반영하지 않은 판결을 내놓아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지난 21일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교사 두 명에 대해 비정규직 신분이라는 이유로 순직 처리를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사고 직후 구조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강민규 전 단원고 교감에 대해서도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육성하는 고귀한 직업인 교사의 가치를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구분함으로써 평가를 절하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숭고한 생명의 가치에도 정규직, 비정규직의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 분노를 자아낸다.

이들이 누구인가. 자신의 소중한 목숨마저 버려가며 어린 생명의 구조에 최선을 다한 선생님들이다. 귀감이 되는 교사라고 칭송하며 훈장을 선사해도 부족한데, 그 안타까운 죽음마저 치욕스럽게 하니 과연 이것이 나라가 할 일인지 되묻고 싶다.

고(故) 강민규 전 교감에 대한 판결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과 함께 배에 타고 있다가 구조된 강 전 교감은 참사 이틀 뒤인 지난해 4월18일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 뒤편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차디찬 바다 속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을 마감한 선생님들과는 비록 그 죽음의 과정은 달랐지만,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행적과 마음가짐은 같았다.

강 전 교감은 참사 당시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기 전까지 20여명의 승객들을 구조했다. 그리고 구조되고 나서는 학생들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죽음의 원인에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세월호 사고였다. 그는 비굴한 삶을 연명하겠다고 승객을 버리고 홀로 탈출한 세월호 선장이나 선원이 아니었다.

이에 비추어 강 전 교감과 비정규직 교사 두 명은 당연히 순직을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법리를 따진다면 법원의 결정이 응당 맞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정서와 상식상 이번 법원의 순직신청 기각은 지극히 형식적이고 행정관료적 관점에서 내린 도식적인 판결로 밖에 볼 수 없다.

법원은 알아야 한다. 유족들이 순직을 신청한 것은 보상의 차원이 아니라 강 교감과 두 비정규직 교사의 숭고한 희생을 국가적 차원에서 인정받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 작은 기대가 법원의 냉정한 판결로 여지없이 무너졌고 또 다시 유족은 평생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게다가 향후 닥칠 파장도 염려스럽다. 비정규직 교사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도 문제지만, 앞으로 이들보고 그 어느 누가 학생들이 위험에 빠졌을 때 앞장서서 구조에 나서라고 할 것이며, 교사로서의 책임감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저 비정규직인 자신의 신분이나 걱정하라는 말을 해주는 게 현실적인 조언이 될 것이다.

갈수록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나서는 의인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또 자신의 목숨보다도 학생들의 안전과 안위를 걱정하는 교사들도 드물어지고 있다. 교사의 제일 책무는 학생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선례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강 전 교감과 두 비정규직 교사를 포함한 세월호 참사 당시 의로운 행동과 헌신적 희생을 한 모두에게 법을 개정해서라도 정당한 처우를 해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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