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에는 대형 피자업체들이 산업안전분야의 화두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들이 시행하고 있었던 ‘30분 배달제’가 무리한 속도경쟁을 불러와 배달종사자들의 안전을 위해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30분 내에 피자를 배달하려니 안전모 등 보호장구를 챙기지 않는 일이 많았고 교통안전법규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 결과 적지 않은 배달종사자들이 배달 중 사고를 당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이에 전 사회적으로 30분 배달제의 폐지여론이 급격히 일었고, 결국 유명 피자업체 대부분이 30분 배달제의 폐지와 함께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강화를 약속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대표적인 피자업체인 피자헛이 ‘안전·행복프랜차이즈 인증을 받는 등 피자업계의 안전보건 수준은 눈에 띌 만큼 향상됐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다. 피자업계를 제외한 여타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의 안전보건 수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이 강제조퇴(꺾기), 고무줄 근로, 초치기 배달 등 이름도 생소한 여러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꺾기’는 일이 없다고 근로자를 강제조퇴 시킨 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고, ‘고무줄 근로’는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초치기’는 무리한 신속배달을 의미한다. 즉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여전히 무리한 배달로 교통사고가 다발하고 있고 근로환경 역시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프랜차이즈업계는 사실 안전보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파급효과가 큰 업종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업계는 업종 특성상 영업점 한 곳의 악습이 전국 가맹점으로 빠르게 퍼질 수 있다. 반면 역으로 보면, 좋은 사례 역시 전국적으로 빠르게 전파·확산될 수 있다.

게다가 프랜차이즈업계의 규모도 몇 년 사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맹본부 3482개, 브랜드 4288개, 가맹점 19만4199개, 직영점 1만2869개로 크게 성장한데다 종사자수도 13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배달이 주요 업무이니 방문하는 곳곳마다 안전의 씨앗을 퍼트릴 수도 있다. 안전보건의 접점이 무궁무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해 안전보건 문화를 접목시키면 그 어느 업종보다도 안전보건 문화를 빠르고 널리 퍼트릴 수 있는 곳이 바로 프랜차이즈업계다. 헌데 이런 장점을 좋은 쪽으로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히 최근 희망이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1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기초고용질서 준수, 산업재해 예방,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프랜차이즈업계가 근로조건 개선과 안전사고 예방 등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안전보건 분야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수도 있다. 고용부 역시 이런 점을 감안해 근로기준, 산업안전, 고용(일자리) 등 3개 분야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다각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부디 양 기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근로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고용·안전문화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