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단순히 국민들의 안전의식 부족과 국가의 안전대책 미흡으로만 결론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문화와 구조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이런 관점에 입각하여 그동안 고용노동부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현실을 연계해서 한 번 짚어 보았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의 전반적인 안전·보건을 관리감독하고, 사업주에게 어떻게 하면 근로자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조언하는 안전보건관리자를 배치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대상 사업장에서는 안전보건관리자가 전체 근로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의 중요성과는 정반대로 안전보건관리자 중 상당수의 지위가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건설기업노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공능력 상위 50위 안에 드는 10개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자 66%가 비정규직이다.

안전보건관리자는 현장에서 위험성이 판단되면 즉시 작업을 중단시키고,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때로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라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실로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현장의 중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중요 임무를 수행하는 자가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으로 제대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이 이러한 책임 있는 업무를 수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확실히 말하자면, 불안한 지위에 놓여서는 어느 누구도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임무를 소신껏 수행할 수 없다. 이는 곧 안전보건관리자가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이런 상황을 막는 해결책은 간단하다. 사업주가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과감하게 이들의 안정적인 지위 확보를 위해 결단을 내리면 된다. 즉 비정규직 안전보건관리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소신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한다면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수많은 잠재적인 위험요소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거둘 수 있는 효과가 명백함에도 아직도 많은 사업주들이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 이런 방침이 아주 위험한 경영철학임을 전하고 싶다.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은 아주 제한적이다. 허나 허술한 안전관리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시 사업장이 입게 될 피해는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클 수도 있다. 경영의 기본은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무엇이 더 현명한 경영인지 다시금 고민해보길 조언한다.

안전과 관련해 비정규직의 문제는 비단 안전보건관리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파견근로자들도 이런 폐해의 대상이다. 현재 파견근로자 중 대다수는 사내하도급 사업장에서 위험한 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산업재해율은 사용업체 근로자의 산업재해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런 문제를 알고 있기에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업장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에서는 현재 사업주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사업주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파견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기간제를 시간제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임금 상승분의 일부를(임금상승분의 50%, 1인당 최고 월 60만원) 지원해 주는 각종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도 상당한 만큼, 이제는 많은 사업장이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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