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고용노동부 국제협력담당관
안전문화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직후에 개최된 국제원자력안전자문위원회의 회의에서 원자력발전소의 대형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전문화의 고양’이 가장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을 때부터라고 말해지고 있다.
그 후 ILO는 1997년에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성장을 위해서는 세계에서 합의한 기술, 품질기준, 관리 등을 조화한 ‘안전문화’가 필요하다고 표명하였고, 또 ILO-OSHMS 가이드라인 인사말에서도 안전문화의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안전문화에는 여전히 모호한 측면이 있고 그 개념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 만큼 안전문화를 구체화하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전문화는 자칫 의식개조론으로 흐르거나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도 있다. 안전문화의 콘텐츠를 채우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통 우리들은 무엇인가를 의식한 순간에 그 무언가에 대해 접근할 건지 떨어질 건지 무시할 건지 등의 대응을 판단하고 있다. 즉, 의식하는 것이 다음의 행동, 자기방위의 단서가 된다. 안전도 동일하다. 의식한 순간에 위험수준은 훨씬 저하된다. 결국 안전의 반대는 무의식이다. 그렇다면 위험의 요소를 놓치지 않고 의식하는, 알아차리는 그러한 감성이 넘치는 것이야말로 안전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안전문화는 한마디로 ‘지키는 것’, ‘의식하는 것’, ‘전하는 것’, ‘바꾸는 것’이라는 4가지 요소로 집약할 수 있다. 안전문화에 관한 문헌에 설명되어 있는 안전문화의 개념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먼저, 룰(rule)을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우수한 룰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납득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의 방침에 의해 왜(why) 룰을 지켜야 하는지가 이해되어 있는 것이 전제가 된다. 이 최고경영자의 방침은 위에서 그저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최고경영자 자신이 선두에 서고 전원이 노력하는 그러한 자세가 아니면 전원이 납득하여 룰을 지키는 마음의 공유로 연결되지 않는다. 물론 지키지 않는 룰은 없애거나 수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이상함이나 위험함을 ‘의식하는’ 감성이 전원에게 가득 차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것이 비상식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므로, 이상함을 의식하고 그것을 말하는 용기, 의식하기 일보 전에 왜 이렇게 되어 있는가를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의식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육, 학습이 필요하다. 이것은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는 유홍준 교수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세 번째는 ‘전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어야 한다. 의식한 것을 전하는 것, 지적·제안된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모처럼 낸 용기도 중도에 끝나버린다. 아차사고발굴활동도 활발히 제안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모두가 생각하는 습관의 정착도 함께 요구된다.
그리고 네 번째가 ‘변한다’고 하는 적극적이고 유연한 분위기이다. 의식한 것이 전달되어 모두가 납득할 수 있으면 거기에서 변화시켜 가는 것이 진보이다. 이것이 한층 심화된 의식을 낳는 토양이 되고, 그 반복에 의해 안전문화가 육성되어 간다.
결국, 안전문화가 조성되어 있는 상태란 정비된 조직분위기 속에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대응이 이루어지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안전문화가 추상적인 구호 수준을 넘어서려면 안전문화의 구체적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전문화가 잘 조성되어 있는 대표적인 회사로는 듀퐁사를 예로 들 수 있다. 듀퐁사가 오래 전부터 안전보건방침과 목표를 표명하고 10대 원칙을 설정하여 실천하는 등 회사 전체적으로 노력을 하는 모습은 우리들이 안전문화를 생각하는 데 있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