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안전수준 높이고, 기본 안전수칙 준수 문화 정착에도 주력

국제산업보건대회 통해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위상 널리 알릴 것


2014년 산업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재해자 수는 90,909명이 발생했고, 이중 1,85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250여명이 부상당하고, 5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범위를 넓혀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4년부터 지난해까지 재해를 입은 근로자 수는 모두 450만명이 넘고, 사망자도 8만 7천명이 넘는다.

비유해보면 지금까지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를 합한 인구만큼이 다치고, 경기도 과천시 전체 인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우리나라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들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안전보건공단은 이같은 산업재해의 현실을 타개하고자 새로운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각종 재해수치 현황을 선진국 수준으로 만든다는 것이 비전의 주요 내용이다. 안전보건공단 이영순 이사장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현황 및 문제점, 그리고 공단의 향후 발전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Q.얼마 전 공단은 비전선포식을 가졌습니다. 비전선포식을 갖게 된 배경과 비전에 따른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시는 것처럼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안전보건의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산업구조만 하더라도 1990년대부터 서비스업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제조업은 감소추세에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유해·위험작업이 외주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주화의 범위도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고령근로자, 외국인, 여성근로자 등 산재취약계층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무엇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물질 등에 의한 유해위험요인이 늘고 있고, 안전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산업안전보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안전보건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며, 이에 우리 공단에서는 지난 3월 6일 미래 발전방향을 담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정한 공단의 비전은 “일하는 사람의 행복 파트너·최고의 산업재해예방 전문기관”입니다. 직원 개개인이 산재예방에 필요한 세계 최고수준의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지킴으로써, 모두가 행복을 느끼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고객이 원하는 것 이상의 안전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중심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다짐도 담았습니다.

비전 달성을 위한 4대 전략도 수립했습니다. 4대 전략은 △수요 중심 안전보건 서비스의 전문성 제고 △자율안전보건체계 구축 지원 강화 △안전보건문화 확산 △미래성장 역량 극대화 등입니다. 그리고 이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12대 전략과제도 함께 설정하였습니다.

공단에서는 이들 계획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면서 2019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을 선진국 수준인 0.3까지 줄일 계획입니다. 이 목표를 차질없이 달성할 수 있도록 공단 임직원 모두는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Q.산업현장에서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안전이 중요하다’는 의식이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를 ‘단지 운이 없어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도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투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손실’로 보는 경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안전비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만큼 낮기 때문입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보다 재해가 발생한 후의 처리비용이 더 적게 들어간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이 기업경영의 중요한 축으로 내재화되고 장수 기업이나 지속가능한 기업의 필수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될 때 우리 산업현장에 안전이 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선진국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수준은 어느정도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나라마다 산업재해 통계를 산출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산재통계를 국가별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근로자 1만명당 사고로 인해 몇 명이 사망하는지를 나타내는 사고사망만인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0.58로 일본(0.20)이나 독일(0.17) 등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역시 상당한 수준입니다. 2013년 산업재해로 인한 직접손실액은 약 3조 8천억원이며, 간접손실액을 포함한 경제적 손실액은 무려 18조 9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근 10년간 경제적 손실액이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합니다.

그리고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도 심각한 편입니다. 산업재해 근로손실일수는 2013년 5200만일이 넘는 것으로 분석되어 노·사 분규 근로손실일수 64만일의 약 8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때, 산업재해로 인해 재해자 1명당 2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에서는 평균 27일의 근로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Q.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공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올해 공단의 목표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올해 공단의 경영목표는 사고사망만인율, 사고재해율, 업무상질병만인율 등을 전년 대비로 5% 감소시키는 것입니다. 공단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크게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대응체계 구축 △산재취약계층의 안전보건 확보 △사업장 자율안전보건체계 구축 지원 △근로자 직업건강 증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 △범국민 안전의식 확산을 위한 안전문화 사업 추진 등의 5가지 사업에 집중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사업장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안전격차를 줄여나가고, 노사가 자율적인 안전보건활동을 전개하는 문화를 조성해나갈 계획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은 안전보건 분야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공단은 우리 사회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일터와 우리 사회에 안전보건이 시스템으로 구축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Q.정부에서 발표한 ‘2014년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에서 공단이 우수기관에 선정됐습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동반성장이 매우 중요한데요. 공단에서는 동반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잘 아시는 것처럼, 안전은 무엇보다 CEO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에 공단은 자동차, 조선, 철강, 화학, 전자·반도체 등 5대 산업의 대기업 CEO가 참여하는 리더그룹을 만들어, 대기업의 CEO가 모기업은 물론이고 협력업체의 안전까지 포함한 안전활동을 추진토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한 성과는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모기업 7개사를 통해 55개 협력업체의 안전보건시스템 구축을 지원했는데, 제조업의 경우 지원대상 사업장의 산업재해율이 33.6%가 감소되는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이외에도 공단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시설 및 작업환경 개선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클린사업’과 ‘시설자금 융자사업’, 소규모 사업장의 작업환경 측정과 특수건강진단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 그리고 방호장치·보호구 제조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비용지원 사업’ 등의 자금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 스스로 안전보건의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자금지원과 건강증진활동 비용지원,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지원 등의 사업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단은 앞으로도 중소규모 사업장의 안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대기업과의 안전격차를 해소하고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Q.최근 사회적으로 감정노동이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자의 안전보건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감정노동자는 고객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항상 웃어야 하는 서비스 직종 근로자들로, 2012년 직업능력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감정노동 강도가 높은 직종은 항공기 승무원, 판매직 종사자, 음식서비스 종사자, 콜센터 상담원 등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560만명~740만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감정노동 문제는 기업과 소비자 등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입니다. 때문에 사업주가 적절한 고객응대 지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의 태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에 정부와 공단에서도 기업 및 소비자의 인식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정부에서는 고객응대 보호방안을 마련하여 시행 중이고, 우리 공단에서는 녹색소비자연대 등 감정노동 전국협의회(10개 기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사회 전반의 인식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주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감정노동 자문단을 구성하여 콜센터, 백화점 등에 대한 컨설팅과 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감정노동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우리의 가족이나 친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서로 배려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올해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산업보건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제산업보건대회는 어떤 대회이고,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31회 국제산업보건대회가 올해 5월 31일부터 6월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립니다. 국제산업보건대회는 국제산업보건위원회(ICOH)가 주관하는 행사로, 1906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3년마다 열리는 보건분야 최대의 국제행사입니다. 국제산업보건대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리 공단은 지난 2009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제29회 대회에서 2015년 개최지로 확정된 후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국제산업보건대회 사무국 현판식을 갖고, 국내외 산업보건 저명인사 등이 참가하는 조직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면서 대회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공단은 앞으로 한국적인 프로그램을 구성·운영하면서 기존 대회와 차별화를 꾀하는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또한 대회 기간 중에 다른 국제행사를 병행 개최하여 시너지 효과도 높여나갈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 각계의 염원을 모아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려나갈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 공단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약 6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약 220억원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끝으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인리히가 말한 1:29:300의 법칙처럼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사고의 징후들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현장의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해법은 ‘작업 시작 전 안전점검’을 일상화하는 것입니다. 매일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해당 작업이나 공정의 위험요인은 없는지, 기계장비 등의 작동상태는 정상인지, 보호구는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지 등을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현장의 근로자와 사업주가 일하기 전 안전점검을 모든 작업의 출발점으로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산업재해는 반드시 예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공단에서도 산업현장에 ‘작업 시작 전 안전점검’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는 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