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참여형 자율·사전적 예방체계 구축 위해 향후 5년간 30조 투자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어떤 재난이 발생해도 공통 적용 가능한 ‘한국형 재난대응 표준모델’ 확립
이완구 국무총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

정부는 지난달 30일 제54차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심의·확정했다. 정부가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수립 의지를 밝힌 지 1년여 만에 드디어 완전한 형태의 모습을 공표한 것이다.

‘마스터플랜’의 수립 배경에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각종 대형 재난재해가 있다. 이들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 안전체계 전반에 변화가 시급하다는 각계각층의 요구가 잇따랐고, 정부 역시 그 필요성을 절감하여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 것이다. 즉 ‘마스터플랜’은 우리나라의 재난안전체계의 비전과 발전방향을 제시한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3일에 마련된 기본방향에 따라 ‘안전이 생활화된 국민, 안전이 체질화된 사회, 안전이 우선시 되는 국가정책’이라는 3대 목표를 가지고 100대 세부과제를 마련하였다. 100대 과제에는 현장대응역량 제고, 재난관리 표준체계 확립, 재난대응훈련 강화 등과 같이 개선이 시급한 과제도 있고 안전복지 강화, 안전문화 확산, 재난안전예방 인프라 확충, 생애주기별 교육훈련 실시 등과 같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본지는 그 세부 내용을 정리해 봤다.


◇재난안전관리의 표준 틀 마련
지금까지의 재난관리는 사고발생지역을 중심으로 관할 관계당국, 해당 지자체가 해결하는 분산형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중앙-지방의 수평적·수직적 협업체계를 구축, 통합적 재난관리체계로 전환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및 지역대책본부와의 명확한 역할 및 책임분담 하에 효율적인 재난관리를 추진한다는 것이 안전처의 설명이다.

또 모든 재난에 대하여, 어느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재난관리표준체계가 마련된다. 이 표준체계에는 현장지휘권과 책임 및 역할을 규율하는 사고지휘체계, 재난대응기관과 동일한 통신을 활용하는 재난통신체계, 재난자원 공동 활용 체계 등이 포함된다. 더불어 재난발생 초기에는 현장의 통제단장이 지정하는 자, 중대본이 가동 시에는 중대본 상황판단회의에서 지정하는 자가 공보역할을 담당하여 공보창구를 일원화하는 내용도 담긴다.

상충되거나 불합리한 안전기준은 정비되고, 국민안전을 위해 필요한 안전기준은 새로 제정된다. 이를 위해 안전처는 내부에 안전기준심의의회(의장 국민안전처 차관)를 설치하고,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건축시설, 교통, 산업, 환경, 정보통신, 보건식품 등 8개 분야부터 우선적으로 정비·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안전관리업무 위임·위탁체계 손질
정부는 안전관리업무의 공정성, 투명성을 훼손하는 비정상적인 위임·위탁방식을 대대적으로 혁신한다. 관련업계 이해관계자 집단에 안전관리업무를 위탁함으로써 관리감독 대상이 오히려 주체가 되는 ‘자기감독식 위탁’이나, 특정집단이 장기간 위탁하는 ‘독점식 위탁’이 그 대상이다.

올해 상반기에 철저한 실태조사를 거쳐 하반기에는 수탁기관의 전문성, 업계와의 유착가능성, 관리·감독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안전관리업무 위임위탁 방식을 혁신해 나갈 예정이다.


◇매뉴얼, ‘핵심위주·행동중심’으로 간소화
정부는 소방과 해경의 조직·인력을 확충하고, 상시 훈련을 통해 대응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 육상은 30분, 해상은 1시간 이내에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119 특수구조대는 4개 권역으로, 해경의 해양특수구조대는 5개 대로 연차적으로 확대 개편한다.

재난대비훈련도 현장대응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비체계적이고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점을 감안, 앞으로는 훈련이 상시적으로 실시된다. 특히 훈련 유형별로 참여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재난관리책임기관이 매년 계획을 수립토록 하여 체계적인 훈련체계를 확립한다. 이때 안전처는 훈련내용에 과거사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반영하여 실제와 유사한 훈련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현장에서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매뉴얼’도 현장에서 작동 가능하도록 핵심위주, 행동중심으로 간소화하고, 전자매뉴얼이나 스마트폰용 앱을 개발해 사용자의 활용성도 높일 계획이다.


◇安全自治 실현 위해 재난전담조직 시·도에 설치
지금까지 지자체는 조직과 예산 부족 등으로 재난관리에 있어서 중앙의존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부는 지자체가 스스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먼저 재난안전 업무를 기획·총괄하는 재난전담조직을 시·도에 설치하고, 지자체가 안전사업을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난안전특별교부세와 소방안전교부세를 지원한다.

또 국민안전처 장관이 갖고 있는 재난사태 선포권을 지자체 장에게 부여하여 지역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지역 내 인력·물자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부단체장 등 고위관리자들이 의무적으로 재난안전교육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안전정책조정위원회(위원장 국민안전처 장관)에 부단체장을 참여시켜 중앙과 지방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중소형시설물 관리권, 국토부로 일원화
그간 시설물은 규모에 따라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으로 나뉘어 각각 1·2종 시설물과 특정관리대상시설로 지정·관리돼 왔다. 대형 시설물이 대상인 1·2종 시설물의 경우 전문업체를 통해 의무적으로 정기점검을 받고, 중소형 시설물이 주 대상인 특정관리대상시설은 공공 관리주체 또는 지자체 공무원이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체계였다. 때문에 안전관리의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는 특정관리대상시설의 주무부처인 안전처와 협의하여 이원화된 시설물 안전관리체계를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통합하여 대형시설물 뿐만 아니라 중소형 시설물까지 전문가에 의한 안전관리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설물을 점검·진단하는 업계의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인 실태점검에 나서는 한편 민간업체가 실시한 점검·진단용역에 대한 부실여부 평가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국민이 참여하는 자율적 안전관리 본격화
생활 속에 안전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업 및 민간단체와 협업해 범국민 안전문화 운동도 실시한다.
또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인식이 산업현장에 퍼질 수 있도록 기업 내 안전문화기업대표자 협의회를 구성하여 안전문화 확산의 선도기구로 활용한다. 특히 재난으로 기업이 폐업을 하게 되면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는 점을 감안, 기업의 업무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제조업, 건설업 등 주요 산업에 대한 재해경감활동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우수 활동기업에 대해서는 물품조달 등 적격심사에서 가점을 부여하거나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업재해경감계획 수립 지원 및 계획 수립 대행,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인력(기업재난관리사)을 향후 5년간(2016~2020년) 매년 1000명씩 5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밖에 안전대진단을 통한 안전분야 신규 산업수요를 발굴하고, 특히 기업재해경감 컨설팅 등 방재컨설팅, 정보통신기술(ICT), 계측센서 관련산업, 시설유지보수업 등을 안전산업으로 적극 육성한다.


◇마스터플랜 성공 위해 행·재정적 수단 총동원
정부는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먼저 총리실을 정점으로 하는 범정부 실행체계를 구축하고, 마스터플랜 수립과정에 참여했던 민간자문단이 과제실행과정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향후 5년간 현장대응역량 강화, 사전예방 시스템 구축, 안전교육 및 안전점검 시스템 구축 등에 약 30조원을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아울러 안전감찰과 안전정책조정위원회의 등을 통해 현장의 이행실태와 과제 추진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각 부처에서는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 총리는 “안전과 관련해서는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난 현장에서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재난유형별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론이 아닌 실제적인 대응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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