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4월 16일이 다가온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날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을지 묻고 싶다. 1년 전 이날 수백 명의 어린 생명이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진도 앞바다에서 생을 다했다. 이 참사에서 책임이 없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우리나라에 있을까. 우리가 고치지 못한 안전불감증 때문에, 우리가 퍼트린 ‘설마’와 ‘대충대충’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아들과 딸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사그라졌다.

역사의 대역죄인인 현 시대의 어른들이 조금이나마 죗값을 덜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다.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안전의식은 철저히 바로잡고, 안전문화를 우리사회 전역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또 다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책임이자 의무다.

산업현장은 이 책무 수행에 있어 가장 앞장서야할 곳이다. 사망만인율이 2010년 기준 0.78로, 주요 선진국인 일본(0.22), 미국(0.38), 독일(0.18) 보다 2~4배 가량 높은데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도 19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안전후진국과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곳이 산업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적 성과중심의 경영이 여전히 득세함에 따라 안전보건체제가 사업장에 안착되지 못하고 있고, 사업주와 근로자의 안전의식 또한 낮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현장과 괴리된 법제, 대증요법식 감독, 공급자 중심의 지원사업 등이 아직도 효과적으로 개선되지 못해 안전보건 환경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가 곤란한 실정이다.

이처럼 산업안전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고질적 요인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리더십이 필요하다. 강력한 안전리더십으로 산업현장의 안전보건을 혁신하여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내고 기존 안전보건 정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 첫 단계로 우선 우리사회의 병폐와 제도적 문제점을 명확히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잠시 살펴보면 90년대부터 산업현장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유해·위험작업의 아웃소싱 일반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고령화 등으로 노동력의 양적·질적 문제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및 여성근로자와 근속기간 1년 미만의 비정규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이 증가함에 따라 보호대상 및 보호방법도 점점 더 다양화되고 있다. 이처럼 안전보건 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의 안전보건 인프라는 이런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제4차 산업재해예방 5개년 계획(2015~2019년)’과 지난 2월 열린 ‘국내 50대 건설산업 CEO와 함께한 안전보건 리더회의’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기업, 근로자, 정부 등 각 주체별로 안전보건 책임을 명확화하고, 산재 유발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능력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 5개년 계획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지만, 특히 큰 효과가 예상되는 것은 ‘건설업 안전보건 리더회의’다.

당시 회의에서 기업과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안전시설의 설치과정을 지켜보고, 보호구를 착용한 상태로 추락 등 각종 위험상황을 직접 체험해보았다. 말로 하는 안전과 실천하는 안전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과, 이날 참석한 인사들이 정책과 기업경영을 좌우하는 핵심인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수많은 연구와 조사결과에서 밝혀진 바 있듯, 경영자의 안전리더십은 근로자의 안전행동과 조직의 안전문화 조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책수립기관의 장과 기업의 최상위 경영층, 현장 관리자가 모두 ‘안전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됐을 것으로 본다.

이날의 경험을 토대로 정부와 기업이 강력한 안전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안전한 일터, 건강한 근로자, 행복한 대한민국 구현’을 분명 앞당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배를 침몰시킨 세월호 선장이 될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호에 탑승한 국민 모두를 행복의 나라로 안내하는 영웅이 될 것인지 현명한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 물론 국민들은 후자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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