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실수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책을 세워나가야

휴먼에러(Human Error)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인적오류. 즉, 사람의 실수를 말하며 오인·착각·부주의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사람이 하는 일에 완벽이란 없다. 사람이 일하는 곳에는 반드시 실수가 발생한다. 그래서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는 옛말도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 실수를 통해서 배우는 교훈이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그 한 번의 실수조차도 발생하지 않도록 극도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형재난을 야기할 수 있는 아파트, 빌딩 등 고층건물이 도심에 밀집되어 있고, 산업현장이 첨단화됨에 따라 새로운 위험요소도 점점 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사회는 한 번의 실수가 자신과 주변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이런 위험성 높은 상황임에도 우리 주변에서는 휴먼에러에 기인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몇 년 전 서울발 부산행 KTX가 동대구역에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려 다시 후진하는 일이 있었다.

그 이유는 기관사가 ‘외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들을 걱정하느라’였다. 기관사가 외지의 고등학교에 진학해 통학을 하게 된 아들을 걱정하다가 정차해야 할 역을 그냥 지나치고만 것이다. 이에 코레일은 이 사고를 ‘휴먼에러’에 기인한 사고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단순히 이를 사람의 실수가 빚어낸 사고로 가볍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비록 원인은 사람에게 있지만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였기 때문이다. 기관사가 동대구역 근처에 도달했을 때 속도를 줄이지 않는 실수를 범해도 자동경보시스템이 작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기관사의 에러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많은 작업들이 기계·자동화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육체적 능력에 의존하던 작업형태가 감시·제어 등 정신적 작업으로 변화되고 있다. 얼핏 사람의 직접적인 역할이 줄어들었기에 휴먼에러가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소수의 사람이 다양한 공정을 컨트롤 하는 상황이 많아져, 불안전 행동과 휴먼에러에 의해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화학공장 등의 경우 장치산업의 특성상 한 번의 실수가 대형참사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에 서둘러 휴먼에러의 위험성을 깨닫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

우선 휴먼에러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기계의 인터페이스 설계, 교육, 작업표준 등을 시스템화 해야 한다. 하지만 시스템화가 모든 해법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흠잡을 데 없는 시스템이라고 해도 그것을 운영하는 건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 훌륭한 시스템이라도 운영하는 사람이 실수를 하면, 시스템 전체에 타격을 주어 치명적인 사고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스템에 사람이 관여하는 한 거기서 일어나는 에러는 모두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에 사람이 에러를 하지 않도록, 또는 에러를 했을 때 그것이 사고로 연결되지 않도록 설계단계에서부터 운영단계까지 ‘사람은 실수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전제로 휴먼에러를 예방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에러의 재발방지를 위해 책임 추궁보다는 원인분석을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 둘째, 에러 당사자의 문제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로 생각하고, 실패로부터 배우고 이 실패사례를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게 데이터화해야 한다. 셋째, 에러의 원인분석은 PDCA(plan-do-check-action) 사이클을 통해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넷째, 잠재적 에러를 파악하여 미연에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섯째, 에러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수방지 장치(Fool Proof)를 설치하고 작업 표준화도 지속해야 한다. 여섯째, 이런 에러방지 활동이 축척되면 이를 구성원들의 교육과 훈련에 활용해야 한다.

최소 이 방법만 산업현장에서 제대로 준수해도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재난은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세월호 참사는 관제부터 신고, 구조 활동, 대책 본부까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대형참사로 이어진 대표적인 케이스다.

만약에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었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가슴 아픈 사고를 계기로 산업현장 나아가 우리 국가안전체계는 앞으로 ‘사람은 실수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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