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인 점검 보다 합동·순차점검 통해 효율성 높여야

국토교통부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해빙기를 맞아 이번 달 20일까지 전국 주요건설현장 702개소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국토부를 비롯해 산하 국토관리청과 도로공사, LH, 외부전문가 등 총 인원 716명이 합동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점검이다.

이를 통해 국토부는 대규모 굴착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흙막이 및 가설구조물, 건축물 주변 축대 등의 해빙기 안전사고 취약 공종에 대한 시공 실태를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통상 2~4월을 지칭하는 해빙기에는 겨우내 얼었던 지반이 녹으면서 대규모 절개지, 지하굴착부 등의 지반이 이완되어 급작스런 지반 붕괴 등의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때문에 국토부의 이번 점검계획은 매우 바람직하다. 굳이 부연하자면 조금의 빈틈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두철미한 점검에 나서주길 희망할 뿐이다.

다만 이번 점검을 비롯해 최근 정부와 여러 정부기관의 해빙기 점검 계획을 보며 한 가지 우려스러운 바가 있다. 너무 많은 점검으로 오히려 현장의 안전관리 일정이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다.

국토부의 해빙기 점검계획이 발표되기에 한 달 여 앞서 고용노동부도 해빙기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월 9일부터 3월 6일까지 전국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해빙기 건설현장 집중 감독·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고용부도 국토부와 마찬가지로 굴착·교량·터널공사 등 건설기계를 많이 사용하는 현장과 지반·토사붕괴 등 해빙기 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은 현장을 중심으로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조달청과 한국시설안전공단도 이달 말까지 주요 건설현장과 소규모 취약시설 등을 대상으로 해빙기 대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도 관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해빙기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가히 점검계획만 보면 전국의 해빙기 사고 위험요소는 한순간에 뿌리를 뽑히고도 남을 지경이다. 물론 재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런 노력이 있기에 많은 잠재위험요소가 제거되고 있고, 재해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임을 안전에 몸담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보다 효율적인 해빙기 점검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이 역시 적극 검토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취약시기를 맞아 각 정부기관에서 많은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지속적으로 현장에 경각심을 심어줄 수도 있고, 안전관리에 더 많은 공을 들이게 한다. 허나 점검이 여러 기관에 의해 중복 실시되고, 그 기간도 꽤 길다면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수검을 위한 서류 준비 때문에 정작 현장의 안전관리가 소홀해질 수도 있고, 연간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되던 안전관리가 오로지 점검을 받기 위한 보여주기식 안전관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막기 위해 관련 정부기관과 지자체가 대대적인 합동점검을 실시하거나 순차점검을 실시했으면 한다. 각 기관별 원활한 정보공유 및 협업체계를 구축한 후 1차 점검은 안전관련 기관이 합동으로 실시하고 해당 점검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들에 대한 확인점검은 지자체나 전문기관이 확인 점검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취약시기를 맞아 양적인 안전점검도 중요하다. 허나 현장과 점검기관 모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질적인 점검이 진행된다면 본질적인 재해예방에 있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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