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어난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참상은 우리 머릿속에 뚜렷한 잔상으로 남아있다. 짙은 안개 때문에 시야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자신이 갈 길만을 챙겨 일어난 대형교통사고였다.

사고의 1차적 원인은 짙은 안개였다. 가시거리가 고작 10m에 불과했다고 하니 말이다. 시야는 짙은 안개만큼 흐릿해졌는데 속도는 바쁜 마음만큼 내다보니, 고속도로 전방의 현황은 알 수가 없었고 앞서가던 차량이 멈춰 있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처를 하기 어려웠던 것은 당연하다. 자동차 운전 중 전방상황파악 및 시야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영종대교 추돌사고 때의 짙은 안개 속과 같이 보이지 않는 곳의 ‘잠재위험요인(潛在危險要因)’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한다. 그러나 사실상 잠재위험요인은 보이지 않는 위험이 아니라 보지 못한 위험이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마치 눈먼 것처럼 살고 있다. 무지라는 눈가리개는 우리로 하여금 위험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안을 보지 못하게 한다. 방심이라는 색안경은 우리가 충분히 알고 예측할 수 있었던 위험조차 보지 못하게 눈을 흐린다. 지금 우리 사회는 멀쩡히 눈을 뜨고 있으나 눈앞의 위험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눈먼 자들의 도시’이다.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생활공간에는 수많은 위험이 존재한다. 가정에서부터 직장 등 생활하는 모든 곳에 많은 위험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방문을 열고 닫을 때 문틈에 손과 발이 끼일 위험,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 굴러 넘어질 위험, 음식을 조리할 때 화상을 입을 위험, 자동차를 운전할 때 다른 차와 충돌할 위험, 길을 걸어가다 주변시설물에 부딪힐 위험 등 위험요인은 항상 존재한다.

이렇듯 위험요소가 범람하는 홍수 속에서 스스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잠재되어 있는 ‘보이지 않는’ 위험도 인지하고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각 상황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미리 알고 그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을 숙지하고서 늘 방심하지 않는 태도를 가지는 것은, 이러한 위험의 홍수 속에서 구명조끼가 되어줄 것이다. 즉, 우리는 위험을 미리 찾아 대처하는 위험예지(危險豫知) 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짙은 안개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운전자는 안개 속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을 빨리 간파하여야 하며 속도를 줄이고 경계하는 ‘조심운전’으로 대처를 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올바른 대처란 우선 안개등과 비상등을 켜고, 1차선보다 2차 또는 3차선을 이용하여 서행하며,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여 비상시를 대비하면서 급가속 및 급제동을 금지하고, 창문을 열고 청각정보를 활용하며, 커브길 진입 시 경적을 울려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것 등이다. 만일 영종대교 추돌사고에서 운전자들이 위험예지를 통해 위험에 대해 미리 알고 위와 같이 대처했다면 사고의 규모는 훨씬 작았을 것이다.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입니다’ 라는 슬로건이 있다.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잠재위험요인을 찾아내는 것에서부터 안전은 출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세히 보고 위험을 찾는데서 안전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보이는 위험보다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 잠재위험을 더 유심히 봐야한다는 것이다. 위험은 언제나 안전하다 생각하고 방심할 때 찾아오기 때문이다.

빙산은 수면 위로 보이는 부분보다 바다 속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많다. 실제 보이는 부분은 극히 일부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안전을 확보한다는 것은 숨겨져 있는 위험요인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서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상황에 대해 좀 더 냉철한 눈빛이 필요하다. 우리가 늘 앞을 살피는 마음으로 위험을 예지하고 직시하여 적절히 대처할 때, 비로소 우리는 감겨 있던 눈을 뜨고 보다 더 안전한 도시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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