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안전규제가 불을 키웠다
느슨한 안전규제가 불을 키웠다
  • 승인 2015.02.04
  • 호수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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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중 전 서울시민안전체험관장
공동주택 설계·시공시 가장 염두해야 할 사안은 ‘화재 안전’

시간이 흘러감에도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의 아픔과 안타까움이 가시질 않는다. 규정만 제대로 정비했어도 결코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도 수차례 지적했듯이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느슨한 안전규정이 화를 키웠다. 당시 화재는 지상 1층 주차장의 오토바이에서 처음 시작됐다. 불이 난 시간이 오전 9시 27분으로 주민 대피나 진화 작업이 힘든 심야 시간도 아니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인근 아파트 2개 동까지 불길이 확산됐고, 이로 인해 4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불과 2년 전에 지어진 신축 건물에서 왜 이처럼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일까.

도시형 생활주택은 최근 몇 년간 1~2인 가구가 증가한 점을 감안, 85㎡ 이하의 소형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도시지역에 건설하는 20가구 이상 30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을 말한다. 2009년 입법화되어 현재까지 35만 가구가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구조적 문제와 시설 부족 문제는 입법 당시부터 논란이 됐었다. 부디 이번 참사가 도시형 생활주택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몇 가지 개선점을 제안한다. 먼저, 건물 외벽은 불연재료로 해야 한다. 스티로폼 패널은 싼 가격 때문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대형 화재나 붕괴사고 등 안전에 문제가 있는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는 사용을 못하게 규제해야 한다.

실제 이번에도 피해가 커진 이유 중 하나가 화재가 난 건물 3개 동 외벽이 불에 잘 타는 재료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건축비를 아끼려고 외벽에 값싼 가연성 스티로폼 단열재를 붙이는 방식으로 시공됐다. 그 결과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은 외장재를 타고 위층으로 번졌고 10여 분 만에 옆 건물로 옮겨붙었다. 외벽이 불연성 재료로 지어졌더라면 불이 옆 건물에 옮겨 붙지도 않았을 것이고 위층으로 확대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건물 간 거리가 짧은 것도 문제다. 불이 처음 난 대봉그린아파트, 그 바로 옆 드림타운아파트는 각각 88가구가 사는 10층짜리 쌍둥이 건물로 간격이 고작 1.6미터였다. 일반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 주택은 이웃 건물과 2~6m를 띄워야 하지만 화재가 난 세 건물은 이런 규정을 안 지켜도 되는 ‘도시형 생활주택’이었다.

협소하고 부족한 주차공간도 화재를 키운 원흉 중 하나다. 일반 아파트는 1가구당 1대 정도인 데 비해 도시형생활주택은 조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1가구당 0.2~0.6대 수준이다. 이는 오피스텔 주차 기준보다 더 완화된 것으로 인근 지역 주차 대란의 원인으로도 지적돼왔다.

대봉그린에도 1층 주차장에 10여대 밖에 주차할 수 없어 차를 못 댄 주민들은 골목길에 주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차량이 접근하는 길은 폭 6m짜리 좁은 이면도로 하나뿐이었다. 게다가 건물 뒤편은 수도권 전철 선로여서 진화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불길이 번지는 동안 출동한 소방차는 골목길에 불법 주차된 20여대의 차량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견인차를 앞세우고 소방도로 양쪽에 주차한 차량을 옮기느라 10분 이상 지체된 것이다. 소방차가 골목길 주차로 지체되지 않았다면 초기에 불길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부족한 안전시설과 대피가 어려운 건물 내부 구조도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봉그린과 드림타운은 한 층에 10여 가구가 있지만 비상계단은 하나뿐이었다. 필로티 구조의 1층 출입구에서 불길이 번지면서 옥상 말고는 피할 곳이 없었고, 비상계단이 굴뚝 역할을 하면서 유독가스가 건물 안으로 확산됐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건물 안에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위험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내부 비상계단 외에 옥외 계단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일반 아파트와 동일한 건축 기준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안전과 관계된 시설을 구비하게 해야 한다. 즉,아파트에 비해 비상계단이 좁고, 탈출구가 적은 도시형생활주택의 특성을 감안하여 스프링클러 기준을 6층 이상 건물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해야 한다. 또 30가구 이상의 건축물에는 재난 시 역할을 할 수 있는 관리실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미흡한 시민안전의식 역시 참사를 불러온 큰 요인이다. 이번 화재 때 경보기가 울렸지만 이를 오작동으로 여겼다는 주민들이 적잖았다. 실제 한 주민은 “작년에 비상벨이 한 번 잘못 울린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오작동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형 참사 때마다 되풀이된 ‘별일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이번에도 나타난 것이다.

주택은 100년을 내다보고 지어져야 한다. 주거난 해소를 위해 안전 규정을 느슨하게 하면 이번처럼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다중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은 화재에 대한 안전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고 지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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