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안전의식’과 ‘관리감독자의 업무소홀’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한 해의 마지막 문턱을 눈앞에 둔 지난해 12월 26일 울산 신고리 원전 3호기 건설현장에서 질소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 울산고용노동지청은 해당 현장에 즉각 공사 중지와 안전진단명령을 내리고, 이어 보건진단명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아무리 빠른 수습에 나선다한들 이미 늦었고 돌이킬 수 없는 사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안타까운 경험을 매년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가깝게는 작년 세월호 참사부터, 멀게는 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까지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수많은 인재 앞에서 국민들은 절망하고 분노했으며, 그때마다 정부에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거세게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안전한 나라 건설을 목표로 꾸준히 법과 제도를 정비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재해를 예방할 수 없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재해예방과 재해감소의 확실한 해답은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 재해를 불러오는 원인이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허술한 안전시설과 불합리한 안전제도 못지않게 많은 재해를 불러오는 원인인 ‘미흡한 안전의식’과 ‘관리감독자의 업무 소홀’이 여전히 우리 현장을 뒤덮고 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무조건 했어야했던 시대가 있었다. 헐벗고 굶주려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밤을 낮 삼아 일하다보니 감히 안전보건을 입에 올리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이 과거의 지독했던 여운이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이 땅 어딘가에서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다.

안전이 우선될 수 없는 현실은 낮은 안전의식을 만든 원흉이자, 관리감독자의 업무 소홀을 불러 오는 원인이다. 관리감독자의 역할은 안전보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관리감독자가 안전보건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힘든 환경이 대부분이다. 시간 제약에다 여러 가지 업무가 겹치면서 마음 편히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관리감독자들이 ‘위험’이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를 알고 있음에도 ‘시간이 없어서’, ‘이번에도 별일 없겠지’ 등의 핑계로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

물론 위험을 모두 안다고 다 막을 수도 제거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소한 진짜 위험이 무엇인지를 찾는 노력만큼은 절대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안전업무 종사자나 관리감독자는 위험과는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된다. 또 ‘사고와 재해는 예방할 수 있다’는 절대 명제를 잊어선 안 된다.

관리감독자는 사업장의 생산이나 품질 향상, 성장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이다. 따라서 부여받은 직무나 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와 함께 소속 직원이나 관련 이해관계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자의 업무내용’을 숙지하고 책임감 있게 수행하여 ‘무사고’, ‘무재해’, ‘무손실’ 사업장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부가 업무가 아니라 관리감독자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전쟁’은 승리를 위해 군인의 ‘목숨’을 필요로 한다. ‘산업현장과 건설현장’은 경쟁사회에서의 승리를 위해 근로자의 ‘땀과 눈물’을 요구한다. 총성 없는 산업전쟁에서의 필수무기인 ‘땀과 눈물’을 지키는 것이 바로 관리감독자의 역할이다.

관리감독자가 ‘눈’을 돌려 위험을 바라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손’으로 지적하면서, ‘말’로 외친다면 그 어떤 위험도 위험으로 남아 있질 못할 것이다. 이렇게 관리감독자의 안전이 실천으로 이행될 때 안전의식은 점차 높아질 것이고 안전선진국의 실현도 눈앞에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