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에 관한 많은 법들 중에서도 기본법에 해당하는 법률이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하면 많은 사람들은 기술적인 내용 투성이고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한다.

즉 멀게만 느껴지는 법률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그다지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땀과 눈물 그리고 무엇보다 그 생활을 배경으로 한 법률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많은 기준은 ‘선인(先人)들의 피로 쓰여 진 문자’라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근로자들의 희생을 토대로 작성된 기록물이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구체적인 기준은 산업재해 예방대책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업장에서 산재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산업안전보건법이 가장 무시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업에서는 법규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학계에서도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지도감독기관도 법의 취지나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법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응용력이 생기기 어렵고 경직적으로 운영되기 싶다. 실효성이 제대로 확보될 리도 만무하다. 즉 실질적인 안전보건관리가 아니라 감독 대비용의 형식적인 안전보건관리가 될 수 있다. 정작 해야 할 것은 하지 못하고 서류작업에 많은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이것이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나라 사업장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역시 전문성의 부족이 그 주된 원인이 아닌가 싶다. 지도감독기관이 법적 기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안 되어 있다 보니 사업장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예방지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형식적인 준수 여부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 역시 법에 자신이 없다 보니 지도감독기관으로부터 잘못 지적받더라도 제대로 항변하지 못하고 그냥 수용해 버리고 만다. 지도감독기관은 제재를 위한 제재를 하고 기업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준수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학계나 노동계도 법기준의 실효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용성 있는 대안 제시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모든 현상이 산업안전보건기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그 내용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법적 기준 중에는 비현실적이거나 과잉규제적인 내용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법적 기준을 도외시하거나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이것대로 정부가 그 개선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법의 준수도가 높아질 수 있다. 현재 법의 준수도가 낮은 데에는 법기준이 비현실적이거나 실효성이 낮은 것도 분명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이들 이야기하는 자율안전보건활동이라는 것도 법적 기준의 준수에서 시작된다. 최저기준에 해당하는 법적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안전보건활동을 한다는 것은 난센스이다. 법적 기준을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적 기준은 저절로 준수되지 않는다. 노사정학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노사정학이 각자의 역할은 다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노력과 분발을 강조하고 싶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정부의 책무와 역할이 크기도 하고 또 더 많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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