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 |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

날이 추워지면서 삼겹살 집을 자주 찾게 되는데, 가게에 들어가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게 원산지 표기다. 그 다음으로는 그램당 가격이 눈에 띄는데, 필자는 이때마다 주머니용 저울이 생각난다. 저울을 꺼내어 정말 정확하게 표기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싶다. 아무래도 안전에 몸담고 있다 보니 이런 심성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처럼 안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자격이 있다. 첫째 안전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안전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정확해야 한다.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것이 생활화되었을 때 이 나라 안전은 제대로 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심과 철학, 사명의식이 분명한 자만이 안전을 담당해야 한다.

둘째, 여유를 가져야 한다. 학문과 재력 등 사람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기준을 초월해서 사람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다른 이를 포용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여유를 지닌 사람만이 행복을 소유할 수 있으며 진정한 안전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 나라의 국민 모두가 여유가 있어져야만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셋째 전문분야의 개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방재재료를 예로 들겠다. 각 분야마다 유형·무형의 재난 방지를 위한 재료가 있다. 전기적, 기계적, 화학적으로 그 특성이 우수한 재료의 개발이 지속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안전성 평가 인증제도 역시 꾸준히 도입돼야 한다.

이 자체가 안전이다. 안전 관련 기관 역시도 마찬가지다.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전국 제조업체 생산품을 대상으로 인증을 추진하여 거짓의 불량품 없는 제품이전의 재료를 진단하도록 하여야겠다. 그래서 각종 인재와 자연재해를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넷째 안전의식 교육의 이수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안전을 깊이 인식치 못하고 있는 교수, 박사, 전문가들이 너무 많다. 남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부터 안전의식 교육을 제대로 받도록 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모르면 제대로 가르칠 수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 깊이 있는 안전학문의 연구개발과 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런 환경의 조성을 위해서는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리딩 기관들이 적극적인 재정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이 땅의 모든 안전인이 존경 받고 본연의 일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정부도 할 일이 있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심도 있는 안전교육에 대한 투자가 기본이며, 이를 위해서는 나라의 안전법령부터 고쳐져야 한다. 세워진 법은 올바르게 지켜지도록 가르치고, 실천에 옮겨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면 이 나라의 재해는 제로에 근접하게 줄어들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학안전분야와 안전관리 분야가 병행하여 발전하는데도 최선의 지원을 해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한 가지 바람을 전한다.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주축이 되어 연합 재료인증 센터를 구축했으면 한다. 우물 안 개구리 사고에서 탈피하여 무재해를 위한 총체적 연합 학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쪼개고, 쪼개고, 저들만의 좁은 세계가 아닌, 다 같이 모여서 재난방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개발하는 재료학회를 태동시키는 계기가 이 순간 이후부터 추진되기를 적극적으로 갈망해본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