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 공식 출범

현장 중심의 안전정책 전개 기대
조직 간 융합 문제 제기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의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장·차관 인선을 통해 국민안전처가 지난 19일 공식으로 출범하게 됐다. 지난 4월 16일 304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야기한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217일만이다. 국가 재난안전관리의 컨트롤 타워인 국민안전처가 출범되면서 세월호 침몰사고와 같은 대형재난이 예방되고, 각종 대형재난 발생 시 신속한 구조 및 수습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해소되고,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한층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출범과 함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본지는 국민안전처 출범과 관련해서 주요 쟁점 사항을 정리해 봤다

<특별취재팀>

 


재난 안전관리 전문성 갖춰야
국민 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게 될 국민안전처(안전처)는 소속 정원만 1만명이 넘는 거대 조직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소임을 부여 받았다. 하지만 국민안전처는 출범부터 승진잔치 논란에다 재난대비 전문가 부재, 각기 다른 조직간 결합 문제 등이 거론되는 등 순탄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인 안전처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 재난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출범했다. 그동안 육상(소방)과 해상(해경)으로 나뉘어 있던 재난 대응 체계를 통합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또 1차관, 2본부(차관), 4실 체제로 구성되며 소속 기관은 중앙119구조본부, 중앙해양특수구조단, 중앙소방학교,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 등 모두 12곳에 달한다. 특히 장관 아래 3명의 차관을 둔 것도 우리나라 정부조직 역사상 전례가 없다. 아울러 소속이 국무총리실 산하이기 때문에 국가적 재난이 발생할 경우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직접 맡아 지휘권을 행사하게 된다.

하지만 기존의 해경과 소방방재청 등이 한데 모인 조직이다 보니 규모가 상당히 커서 재난에 즉각 대응이 가능할지 여부가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재난에 대비하고 일사분란하게 구조활동을 해야 하지만 일반직과 소방직, 경찰직 공무원이 뒤섞여 있어 이들을 하나로 결속시키기 위한 작업도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유기적인 결합에 실패할 경우 세월호 참사 때와 같이 부처 내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국민안전처가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로 꼽히고 있다.

 


행정자치부·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 ‘안전·개혁 협력 다짐’
일단 국민안전처는 출범과 함께 국민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관련 부처와의 협력을 다져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장·차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민안전과 공직사회 개혁에 대해 협력을 다짐한 것이다.

행자부는 지난 21일 정종섭 행자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 식당에서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조송래 중앙소방본부장, 김광준 해양경비안전조정관, 이근면 인사혁신처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세 기관 장·차관들은 국민안전 혁신과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뜻을 같이 했다.

국민안전처는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로서 현장 역량 강화를 위해 안전혁신을 추진해 나가고,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연금 개혁, 공직사회의 개방성과 전문성 강화 등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국가혁신의 양대 축이 되는 양 부처의 핵심 정책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기 위해서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의 국가혁신 과제들이 현장에서 원활히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빈틈 없이 재난안전관리체계 수립해야
지난 20일 국회에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국민안전처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국회 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재난대응 조직체계가 미흡한 점 등을 지적하며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먼저 김명연 의원(새누리당)은 “어떤 조직이 투입돼서 어떤 임무를 할지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았다”라며 “특히 응급 의료 부분은 어떻게 해야할 지 전혀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는 “응급 의료를 따로 떨어뜨려 생각하면 통합적인 재난관리가 이뤄질 수 없다”라며 “재난에 필요한 유형별 의료진을 안전처에서 동원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정훈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에서는 해경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처로서 발전적인 조직으로 재편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없이 국민안전처를 만들고 대책을 내놨기 때문에 국민들을 실망케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업무보고가 이뤄졌다”라며 “각종 사고 대비책을 세우고 3000개가 넘는 실무 매뉴얼이 존재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한편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현안보고를 통해 “안전처는 국가 안전 혁신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안전처 주관으로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의 세부 실천 계획을 내년 2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 중요 직위 공직내외 대거 개방
국민안전처는 재난안전관리와 관련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공식출범에 맞춰 주요 실국장 직위 및 과장급 직위를 공직 내외에 개방해 전문가 중심의 행정조직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국민안전처는 개방형 직위(공직외부 개방)는 실국장급 직위의 경우 정부조직법 및 국가공무원법에서 허용한 상한선인 20%까지 최대한 개방키로 했다. 특히 신설되는 특수재난실은 유해화학물질, 원자력 등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를 담당하는 만큼 관련인력은 민간 전문가를 신규 채용하거나, 타 부처 전문가 파견 등을 통해 재난분야 브레인 조직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이번 조직개편으로 늘어난 인력에 대해서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현장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타 부처와 지자체 등에 근무하고 있는 재난분야 현장 전문가로 충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안전담당 공무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관련부처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여야, 인사 평가 엇갈려, ‘적절 vs 상식이하’
한편 국민안전처의 인사와 관련해서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국민안전처 장·차관에 상황대처 능력과 풍부한 작전 경험을 갖춘 군(軍) 출신 인사를 내정했다. 초대 장관과 차관으로 각각 박인용 전 합참차장(해사 28기)과 이성호 안행부 2차관(육사 33기)이 내정된 것이다.

참고로 해군 대장으로 예편한 박 내정자는 해군과 합참의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한 해상과 합동작전 전문가이며 이 차관은 2011년 합참 군사지원본부장 재직 당시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작전과 안전 분야 전문가다. 즉, 군 출신 특유의 조직 장악 능력과 풍부한 작전 및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안전처를 국가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로 세우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군 출신인사들이 관료조직과 효율적인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당은 ‘국민안전을 군대에 맡기는 격으로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지난 18일 브리핑을 통해 “안보와 안전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식 이하의 인사”라며 “군 출신 인사가 지휘체계에 따른 신속대응에 있어 장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안전 분야에서는 전반적인 시스템 정비가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 역시 “아덴만 작전 등의 수행능력이 인정됐다고 하지만 작전 수행능력과 일상의 국민안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며 “진정으로 국민의 안전을 군대가 가장 잘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여당은 적절한 인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민안전처는 일반적인 조직이 아니다”라며 “분야별 전문성을 고려한 적절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또 권 대변인은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큰 고뇌와 고통을 감수하며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위급한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국민안전처는 리더의 위기관리 능력이 매우 중요하고, 안전과 보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조직”이라며 “그동안의 경험을 잘 활용해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다음달 4일 개최될 예정이다. 국민안전처가 수장의 자리를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 끼울지 각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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