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 |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

열화(劣化 : degradation)란 완성된 제품이 제조될 때 들어간 이물질과 더불어 점점 그 특성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정의되며, 모든 분야에 걸쳐 열화현상이 존재한다. 어떤 물질을 사용해도, 사용치 않아도 열화는 진행되는 것이다.

이 용어를 안전에도 적용시켜보면, 그에 대한 방책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안전열화(安全劣化)’를 ‘안전문화(安全文化)’라는 개념으로 재정립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안전문화의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로 안전기사와 안전기술사들에게 안전의 전권을 맡겨야 한다. 우후죽순처럼 공인, 비공인 자격증만 만들어 놓고 그 활용을 제대로 못한다면 안전은 절대 확립될 수 없다. 이 기회에 공인된 자격자만이 이 나라의 산업과 안전을 운영해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이상한 꼼수를 빌미로 새로이 무엇을 만들어 혼란스럽게 하는 것보다 이미 준비되어있는 자격자들을 활용한다면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안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필자는 주장하고 싶다.

둘째로 안전기술자들과 안전자격자들은 진실해야 하고, 거짓이 없어야 하며, 불의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정신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즉 소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안전에도 분명 예의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유교가 우리나라 도덕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지만, 서구 종교가 들어오면서부터 ‘평등’이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의 최고 가치로 대두됐다. 이 ‘평등’이라는 명목아래 요즘 선배와 후배의 개념이 모호해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동방예의지국이 먼 옛날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것도 안전정신을 열화시켜 버리는 근원이 아니겠는가.

셋째로 입으로만 외치는 안전은 절대 안 된다. 현 정부에 들어서면서 안전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여기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그런데 안전의 현실은 어떠한가? 예산배정부터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안전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고, 이에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대형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안전 분야에 전폭적으로 재정을 지정해 주어야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본다. 2010년 대비 2014년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정부출연금 증감율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정부출연금이 2010년 7억 800만원에서 2014년 177억 5600만원으로 2407.9% 증가했다. 재료연구소의 정부출연금은 2010년 229억 4900만원에서 2014년 316억 1900만원으로 37.8% 증가했다. 그러나 안전성평가 연구소의 정부출연금은 2010년 385억 3300만원에서 2014년 199억 3600만원으로 48.3% 감소했다(2014년 10월 10일, 기술사 신문에서 발췌).

이 나라 정책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안전이 진정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인가? 또 안전을 위한 토대가 제대로 마련되고 있는 것인가? 안전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소명의식, 그리고 범정부적·범국민적 지원과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넷째로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안전기술자의 서명 및 결정 후에 일이 진행되도록 의무화하고, 안전공학과 출신자만이 안전 업무를 담당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통해 이 시각 이후 각종 재난재해 및 인적재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산업현장이 되길 기원해본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