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청웅 | 전남소방본부장

‘위험사회(Risky Society)’의 저자인 세계적 석학 울리히 벡(독일 뮌헨대) 교수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따른 불안이 현대사회의 특징”이라며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다.

한국은 압축적인 근대화를 이뤄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했고 수많은 위험요소가 포함돼 있었지만 유럽과 달리 한국사회는 그것을 해결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이번 사고를 총체적 변화를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성장 제일주의 풍토로 일관했고, 안전을 살피는 일은 비용만 낭비하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했었다. 능률과 생산성만을 우선시하다 보니 안전사고 발생은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하는 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5명 정도(2013년, 연간 1,929명)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2013년 전국화재통계에 따르면 전체 화재의 46%가 사소한 부주의에 의해 발생했다.

특히 담배꽁초 방치, 음식물 조리중 자리 이석, 불씨·불꽃 화원방치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화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작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들이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생명존중’과 ‘안전 제일주의’를 최우선시하는 의식이 확산돼야 한다. 또 개개인 안전의식을 고양하고, 사회 전반에는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법을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기본을 지키기 않을 때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지는 생활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정지선을 지키는 것이다.

정지선을 가볍게 여길 때 꼬리물기, 신호위반, 과속 등으로 보행자 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즉, 보행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정지선 지키기는 운전자의 기본 준수사항이다. 신호뿐만 아니라 정지선을 지켜야 교통흐름도 원활해 지고 사고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수칙을 준수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교육을 통해 안전습관이 형성되어야 한다. 유치원, 초·중등학생에게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을 일정시간이상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또 가정에서, 각 사업장에서 생명존중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안전에 대한 제반수칙을 지키고 이행하는 것이 안전한 사회, 일류국가로 가는 길이다.

세월호 사고의 뼈저린 아픔과 슬픔은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다짐으로 승화해야 한다.

물론 거창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나부터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안전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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