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많은 사람들은 생산현장의 사고·재해가 생산현장에 있는 원인만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깊고 멀리 보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것, 당장 문제되는 것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제기준의 접근방식은 그렇지 않다. 생산현장의 사고·재해도 조직운영의 리스크로 파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직운영 리스크로 파악하지 않으면 사고·재해는 근절되지 않고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고·재해의 원인에는 기계·설비의 불비·결함,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불안전행동 외에 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몰이해·무관심에 의한 잘못된 의사결정, 방임적 태도 등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계설비의 불비 및 결함, 작업자의 불안전행동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경영진의 무관심과 몰이해는 사고의 근본원인이 되는 것이다.

작업자는 이따금씩 불안전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귀찮아서 작업절차를 무시한 채 작업을 진행하다가 사고를 일으킨다. 그런데 이 같은 작업자의 불안전행동은 경영진의 방임적 태도가 간접원인인 경우가 많다.

개인의 불안전행동은 대부분의 경우 룰(rule) 위반이다. 룰을 어겨도 질책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작업자는 경영진이 생산현장에서 안전을 진심으로 실현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잘 안다. 작업자의 눈으로는 경영진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룰 위반이다. 그래서 작업자는 예사롭게 룰 위반으로 치닫는 것이다.

경영진에게 생산현장의 안전에 대해 질문하면, 항상 ‘안전제일’이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러나 한편으로 “안전은 돈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들어갈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는다. 안전이 이익을 낳지 않으므로 관심이 없는 것이다. ‘안전제일’을 말하면서, 자신은 무엇도 하지 않는 ‘방임적 안전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장도, 임원도 사고가 발생하면 부하인 부장에게 ‘안전제일’의 방침을 제시하지만, 안전대책의 실시는 부장에 맡기고, 스스로는 무엇도 하지 않는다. ‘안전제일’의 방침을 받은 부장은 부하인 과장을 불러 “현장의 안전을 철저히 하라”라는 방침을 주지만 안전대책 실시는 과장에게 맡기고 스스로는 특별히 하는 게 없다. 부장으로부터 이 방침을 받은 과장은 부하인 현장감독자를 불러 동일한 방침을 주지만, 또 스스로는 하는 시늉만 한다.

현장 안전을 철저히 하라는 방침을 받은 현장감독자는 간부들의 평상시의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과장의 말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장감독자는 생산과 비용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어, 돌연 현장안전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받아도 지시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재해가 발생하면 질책을 받지만, 안전을 지킨다고 칭찬을 받지는 않는다. 이것이 대부분 생산현장의 현실의 모습이다. 이와 같은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번의 안전지시 역시 표면상의 방침에 불과하다. 진심은 생산에 있다.”고 간부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다.

조직의 운영체질에 안전방임상태가 발생하면, 이 사실은 누구보다도 조직구성원이 잘 알게 된다. 그러면 조직구성원은 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지시를 따르는 척만 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는 갖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경영진은 조직이 안전에 대해 방임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즉 안전이 기업의 운영체질이 될 수 있도록 안전을 시스템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경영진부터 안전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이고, 이것이 생산현장에 실제로 투영되도록 해야만, 안전이 조직운영 차원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정작 경영진 자신은 안전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을 하지 않으면서 실무진의 개인적인 노력에만 안전을 내맡기는 것은 리더로서 부적격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안전관리가 불가능한 경영자는 진정한 경영관리 또한 불가능하다.”는 자세가 요구된다. 안전에 있어서도 진정한 리더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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