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축물 ‘석면조사대상’에 포함해야 ‘선보장 후평가 시스템’ 도입 필요

최근 산업안전보건계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석면이 바로 그것이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건축물 10곳 가운데 9곳에서 석면이 건축자재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것은 물론 다중이용시설인 지하철 역사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석면 자재가 제거되지 않은 채 국민들의 안전보건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직업적으로 석면에 노출돼 피해를 입은 이들도 산업재해보험의 적용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즉, 더 이상 방치하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에 본지는 석면과 관련해서 현 실태와 문제 해결방안을 살펴봤다.

◇전면 사용 금지 후에도 근절되지 않아
석면(Asbestos)은 화산활동으로 생긴 천연 극세 섬유상 광물질이다. 그리스어로 ‘불멸의 물질’이란 뜻을 갖고 있으며, 기원 전부터 여러 방면에서 사용돼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석면이 사용된 것은 지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가지붕의 대체재로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이 대대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석면은 싼값에 비해 방음·단열 효과가 뛰어나 마감재, 바닥타일, 단열재 등 건축 자재로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석면은 지난 2009년부터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면서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적은 양이라도 석면에 노출될 경우 잠복기(10~40년)를 거쳐 폐암 및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등 치명적인 암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2010년 석면피해구제법을 제정해 이듬해 시행하고, 2013년에서는 석면안전관리법을 통해 본격적으로 석면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처럼 정부에서 노력을 전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석면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대대적인 지붕개량 사업이 정부의 주도로 전개됐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대규모·집단적으로 석면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또 석면함유 건축물의 수명이 다되어도 제때 철거 또는 제거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돼 있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환경부는 2021년까지 11년간 19만동의 슬레이트 지붕을 제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는 전체의 11.8%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외에도 재개발 사업과정에서 석면건축자재가 대규모로 철거되면서 석면비산과 노출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편 사후 대처와 관련해서도 현안은 남아 있다. 직업적 요인에 따른 노출로 인한 석면피해를 산업재해와 직업병의 시선이 아닌 환경구제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산재로 보상돼야 할 피해자들의 구제수준이 10~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아고 있다.

◇제한적인 경우에만 업무상질병에서 제외해야
그렇다면 어떤 부분들이 해결돼야 석면문제가 근절될 수 있을까. 일단은 석면자재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든 일반건물을 석면조사대상에 포함하고, 석면 슬레이트 지붕에 대한 철거·교체를 마을 단위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석면자재의 제거를 목표로 석면지도를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석면질환이 발병하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다양한 예방활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특히 석면질환자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보상 수준의 지원이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재보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석면에 기인한 암은 그 발생 원인을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히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보장 후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입증책임도 사후평가기관에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는 “석면을 취급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암이 발병하면 노출량, 노출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우선 업무상 질병으로 간주해야 한다”라며 “또 사후평가기관이 업무와 질병의 무관함을 입증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업무상 질병에서 제외시키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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