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완 | 소방방재청 차장

인류의 역사는 재난의 역사라 할 만큼 인간과 재난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도시화가 진행되고 고층건물, 거대 생활공간의 확산과 밀집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대규모 재난의 위험과 맞닥뜨리게 된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502명이 생명을 잃은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 고사리 같은 어린생명을 앗아간 1999년 씨랜드 화재,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통해 우리는 재난이 예측하기 어려운 때에 그 어떤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많은 재난을 목도하면 불가항력적인 재난 발생과 피해 앞에 무력한 인간을 절감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여러 번의 징후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재난·안전사고는 발생 전에 여러 번의 사소한 사고나 위험을 미리 알리는 징후(徵候)가 있다. 이를 안일한 마음으로 넘겨버리면 대형재난이나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고의 경우에도 리조트 측이 안전관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던 가운데, 설계, 시공, 감리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다. 수십 센티미터의 눈이 쌓였지만 제설작업이나 안전점검은 생각지도 않았고 적정인원보다 많은 학생을 수용해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다. 어떠한 단계에서든 위험을 미리 인식하고 없애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이러한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작은 징후를 소중히 다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세계적인 물류회사가 된 페덱스사(Fedex社)의 사례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위해 ‘1:10:100의 법칙’을 두고 있다. 불량이 생길 경우 즉시 고치면 1의 원가를 들이면 되지만 불량 사실을 묵인하여 상품이나 서비스가 기업의 문을 나서게 되면 10의 비용이 들고, 고객에게 전달되어 불평이나 클레임으로 연결되면 100의 비용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사소하고 경미한 신호를 놓치면 큰 피해가 발생하고 불필요할 수도 있는 비용이 낭비됨을 보여준다.

재난이나 사고의 징후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노력은 이제 국가와 기업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재난·재해 예방 및 체계적 관리를 국정목표에 포함하여 국가차원에서 안전관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또 각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안전관리 문제를 경영의 화두로 던지면서 안전에 대한 투자와 조직·인력 재구성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기업에서도 사고발생이 이윤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회사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와 기업만이 안전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대책을 만들지라도 사회구성원들의 의식과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허사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국민과 기업, 안전관련 종사자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재난징후를 발견하고 안전의식을 갖는다면 많은 재난과 안전사고는 비껴갈 것이고, 이는 ‘국민안전’이라는 큰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소한 성공이 모여 나중에 큰 성공을 이룬다는 ‘역(逆)하인리히 법칙’이 재난예방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톰 소여의 모험’ 저자로도 유명한 마크 트웨인은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명언을 남겼다. 재난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크고 작은 징후에 너도나도 관심을 기울이고, 재난징후 제보와 적극적인 안전조치가 이루어진다면 나와 이웃 그리고 국민 모두의 안전은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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