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회사의 최고경영자들로부터 안전제일, 안전경영을 강조하는 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사업장의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말이 회사의 방침과 문화로 침투되지 않고 일회성의 추상적인 구호로 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고경영자의 안전에 대한 강조가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최고경영자는 사업운영의 총책임자이고 사업의 건전한 운영과 발전을 위한 여러 시책에 대하여 지휘감독을 하는 입장에 있는 만큼, 사업운영의 중요사항인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당연히 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큰 사고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연초의 인사말 중에 인명, 안전은 중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시키는 정도이고, 일상의 안전관리에 대해서는 부하에 일임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

최고경영자의 인식이 이 정도이면, 실질적으로 안전관리를 맡은 자도 동일한 인식으로 자신의 부하에게, 부하는 또 그 부하에게, 이런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형태가 되기 싶다. 안전제일을 회사의 경영방침으로 실질적으로 내걸고자 한다면, 최고경영자가 먼저 모범을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해야 한다.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경영을 총괄하는 자이고 경영권과 인사권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고경영자 스스로가 자신의 말로 안전방침을 제시하고 안전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수시로 강조하는 등 솔선하여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회사의 안전관리 담당자 또는 그 상사로부터 재해예방에 대하여 “근로자에게 의욕이 없다”, “똑같은 말을 몇 번 했는데도 철저히 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사업장은 대부분 최고경영자의 안전관리에 대한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최고경영자가 평상시에 생산능률, 품질에 대해서는 자주 말하지만 안전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다가, 재해가 발생했을 때만 안전의식이 없다고 부하를 책망하는 것이다. 이런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주로 눈치를 보다가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부하직원, 작업자의 안전의식을 탓하기 전에 최고경영자가 먼저 안전의 의의를 올바르게 이해한 후, “안전에 대해서는 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선두에 서서 사고·재해의 근절을 목표로 삼겠다”는 결의를 표명하고, 자신도 현장에 자주 방문하여 안전실태를 파악한 후 안전에 대해 살아 있는 지시(강조)를 하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올바른 자세이다.

그리고 최고경영자에게는 안전, 품질, 생산을 일체화하고 생산이 어느 정도 희생되더라도 안전에 대한 선행투자를 결단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역시 안전은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실행력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의 물리적 능력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최소 어느 정도까지 실행할 필요가 있는가가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업종, 사업장 규모, 작업 종류 등이 달라 일률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최고경영자는 모든 조직(직원)에 대해 자신의 안전에 관한 생각과 방침을 명확하게 표명하여 이것을 각 조직의 책임자를 통하여 조직에 철저히 반영되도록 하고 안전관계자의 임무와 권한을 명확히 하는 등 안전에 대해 모범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러한 최고경영자의 모범적인 행동이 있어야만 부하들도 안전에 대해 진지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안전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안전제일!”,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로 강조하는 것은 용이하다. 그러나 행동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전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전에 대한 진정성과 실천은 지금 시대가 최고경영자에게 요구하는 도덕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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