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자와 관계자들 간에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정부 관계자도 재해에 대한 소회를 피력한다. 우리 사회가 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알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들이다.

어떻게 보면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식처럼 통용되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재해에 대해 상식처럼 당연하게 여겨져 온 생각들 중에는 오류가 있는 생각들도 상당수 있는 것 같다. 재해에 대해 오류를 가지고 있는 한 올바른 안전관리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이에 따라 주위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생각들 중 대표적인 오류를 지적해 보고자 한다.

첫째로 발생한 재해에 대해 “운이 나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해우연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현재에도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자들이 흔히 내뱉는 말이다.

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안전관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작업 중 존재하던 위험으로 말미암아 사고·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위험의 예측과 사전 대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운이 나빴다거나 우연히 사고·재해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전관리의 본질에서 벗어난 올바르지 못한 생각이다.

둘째로 “운이 나빴다, 우연히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재해불가피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리 재해예방을 위해 노력하더라도 사업장에서는 기계·설비를 사용하는 데다 다양한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는 이상 무재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인리히는 많은 재해를 분석한 결과 98%는 예방이 가능하였다고 말한 바 있고, 미국안전협회(NSC)의 회장이었던 J.Scannell도 대부분의 재해는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는 것처럼, 이제 세계의 안전관계자 사이에서는 “재해는 기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상식이 되어 있다. 즉 재해불가피론은 적절하지 않고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재해부주의론’이다. 재해는 인간의 주의력이 부족한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고, 주의만 충분히 기울이면 재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생각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 물론 재해원인의 하나로 근로자 부주의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상 산업재해의 상당부분은 근로자 부주의에 기인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한 안전심리학자는 “많은 경우 부주의는 인간이 고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법칙적으로 부주의라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부주의는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결과이다. 이러한 부주의가 발생하는 ‘조건’에 대해 연구하거나 이를 배제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주의’를 통해 재해를 예방하겠다는 생각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과학적인 정신주의적 안전관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안전관리는 ‘부주의론’과의 싸움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생각의 오류는 사고나 재해원인을 실체적으로 규명을 하는 데 있어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사고·재해를 통해 배우고 이를 실질적인 재발방지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이러한 상식의 오류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잘못된 진단에서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안전에 대한 상식의 수준이 그 사회의 안전 자체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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