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로 인한 사망률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심장질환과 관련해 사망한 여성은 10만명당 43.6명으로, 암과 뇌혈관질환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들어 심장질환자 수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심장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심장마비(이하 심정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급사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다. 주변사람들이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이 환자가 죽음에 이르니 가히 재앙이나 다름없다.

심정지는 대부분 ‘심실세동(심장 내에 있는 심실의 각 부분이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현상)’이라는 현상 때문에 일어난다. 다시 말해 심실세동만 치료한다면 심정지를 막을 수 있다. 현재까지 심실세동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밝혀진 것은 전기쇼크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 전기쇼크법도 만능 치료법은 아니다. 심폐소생술과 더불어 전기쇼크를 4분 이내에 시행했을 때만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4.6%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반면 미국은 생존율 40%를 보이고 있고, 기타 선진국들도 평균적으로 15%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4분 이내에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심정지 환자 대부분이 사망에 이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소방방재청은 119신고 접수 후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조사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구급차의 현장 도착 시간은 평균 8분 18초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정지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한 골든타임 4분을 훌쩍 넘는 시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정지 환자를 소생시킬 수 있는 최선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심폐소생술에 대한 대중화와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 가능한 자동심장제세동기(AED)의 보급이다.

심정지 환자에 대한 생존율이 높은 미국의 경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부터 자동심장제세동기 사용을 포함한 심폐소생 교육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다. 또 자동심장제세동기를 공공장소에 비치해 어느 누구나 심정지와 같은 응급상황에서 소생술을 실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있기에 미국의 심정지 환자 소생율이 40%에 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심폐소생교육이나 자동심장제세동기 보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8년 6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하여 철도청사, 여객자동차터미널 대합실, 종합운동장, 중앙행정기관 청사나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등에 자동심장제세동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데다 법의 정착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미약하다보니 아직까지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자동심장제세동기 설치율은 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대상 1만3,000곳 중 1,281곳에만 설치가 됐을 뿐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12년까지 2,500곳 밖에 추가 설치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 이는 2012년이 되어도 결국 전체 대상의 20%에만 자동심장제세동기가 설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의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결코 나아질 수가 없다. 또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도 유명무실화 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관련 법이 준수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한다.

더불어 응급의료에 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자동심장제세동기 설치 대상도 개정하여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근로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에도 의무적으로 설치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심폐소생교육의 의무도 일선 학교에까지 확대·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 없이 심정지 환자의 소생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노력 없이 결과만 바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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