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사람이 활동하는 곳에서 사고와 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기계·설비 등이 무언가 기능을 하고 있는 이상 위험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절대 안전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때문에 위험성을 허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낮게 억제하는 것이 안전관리의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기계·설비 등의 재해는 그 원인을 크게 기계·설비 장치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험과 사람이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재해 두 가지로 구분된다.

사람이 사고를 일으킨다고 하는 책임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을 가려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옳다. 하지만 개인을 처벌하더라도 사고를 일으킨 기계·설비 등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 수준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처벌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처벌보다는 오히려 재해의 원인을 규명하고 근원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해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먼저 왜 그 사고가 발생했는지(WHY)를 조사해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직접적인 원인 규명에 그쳐서는 안 되고, 기본적 원인(배후적 원인)까지를 규명해야 재해의 근원을 찾아낼 수 있다.

다음으로 그것에 대하여 어떻게 하면 좋을지(HOW)를 검토하여 대책을 마련한다. 이 경우 재해의 원인이 되는 기계·설비 자체의 위험을 제거하거나 변경하는(낮추는) 것이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그 위험이 제거·변경될 수 없을 때에는 다음으로 가드, 인터록 또는 안전장치 설치 등과 같은 공학적 대책이 가능한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처럼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은 근로자 교육, 철저한 작업절차, 주의환기 등과 같은 사람의 능력, 교육 등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 의지하는 대책은 관리감독자의 철저한 지휘감독과 근로자의 높은 주의력이 모두 담보돼야만 비로소 위험성 감소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근원적인 안전대책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근원적인 대책은 사람은 실수를 한다는 것을 전제하는 물리적인 대책을 말한다. 사람의 행동에 의존하는 관리적인 대책은 이러한 대책을 취하는 것이 곤란할 때 보충적으로 선택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재해방지대책으로 물리적 대책에 대한 검토 없이 곧바로 관리적인 대책이나 개인보호구 사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대책에 대한 접근방법에 있어 본질적·공학적인 대책을 중시하는 선진국과 비교해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유족 등의 감정 때문에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를 수습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처벌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强强益善)는 의식이 지배한다. 이는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경영자의 문제의식을 높일 수 있으며 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여 사고가 줄어들 것이다”라는 믿음에 기초한 것으로 정신론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유족 등의 감정을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이 자체로는 어떤 물리적인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다. 재해 발생을 사회적인 이익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원인을 조사해 이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벌을 강조한 나머지 원인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전은 근원적인 대책을 사용한 위험의 배제다. 그 전제는 본래 인간은 실수를 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안전대책으로의 교육, 지시 등을 생각하기 이전에 안전상의 결함을 찾아 그것을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신규사원이든 베테랑이든 기계·설비 고장이 원인이든 재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우리가 본래 지향하여야 할 산업안전이다. 안전대책에도 계층(hierarchy), 즉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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