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 중에 하나로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유리천장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흔히 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말할 때 쓰인다.

헌데 안전에도 이러한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화재참사사고, 2012년 9월 27일 구미 불산누출사고,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까지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 사고 원인에는 “인재가 부른 참사”라는 말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러면 인재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위에서 언급한 사고들의 실질적인 원인을 분석해보면 그 조직의 ‘잘못된 관행’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밀한 구조계산 없이 무리하게 증축공사를 하는 것, 안전진단결과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무시하고 방치하는 것, 사고에 대응하는 명확한 매뉴얼이 없는 것, 안전을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선진국 대열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정부의 말을 무색하게 하는 대한민국의 초라한 안전의식 수준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즉 이러한 대형 재난과 기업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발생의 근원적인 문제는 바로 조직문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우리나라의 수직적 조직 문화는 윗사람의 판단과 사고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이 핵심 구조로 돼 있다. 물론 많은 경험과 연륜, 넓은 시야를 갖춘 이들의 결정은 보다 정확한 판단을 하게 이끄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쌓여온 잘못된 관행은 대형사고를 야기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랫사람은 잘못된 것을 알지만 감히 윗사람의 지시에 반항할 수 없어 그대로 따르게 되어 결국 조직 전체가 안전불감증이라는 유리천장에 갇혀버리게 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 형성된 조직문화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최고경영자가 바뀌든지 아니면 세월호 침몰 참사처럼 중대재해 또는 대형사고가 나면 그때서야 외부의 압력에 떠밀려 조직이 해체되거나 조직문화를 바꾸려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잘못 형성된 안전불감증의 유리천장을 뚫고 조직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조직 안에 길들여진 조직원들은 잘못된 관행에 반발하는 것이 결코 자신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문화라는 상황에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 유리천장을 깨는 열쇠는 결국 그 유리천장을 만든 조직의 구성원들이 쥐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최고 책임자다. 기업이든 단체든 정부든 잘못된 관행을 깨기 위해서는 그 조직의 최고 책임자의 안전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최고책임자의 안전의식이 바뀌면 조직 전체의 안전의식이 자연스럽게 향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발생한 수많은 대형참사와 산업재해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거나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 단체, 기업 등의 최고 책임자는 자신의 조직에서 안전한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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