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 안전보건공단 경남지도원장

중국 춘추시대 유명한 병법가인 손자는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데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안전관리 수준이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일하는 일터에서는 하루 평균 약 6명이 사망하고, 260여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다. 우리네 일터가 행복하고 안전한 공간이 아닌 ‘전쟁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야기한 주원인은 다름 아닌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설마”하는 안전불감증이다.

손자가 말한 관점에서 보면 적은 이미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그렇다면 안전불감증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해야 백번 모두 전혀 위태로움이 없는 상태가 될 수 있을까.

여기서 필자는 화학공장에서의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얘기하고 싶다. 사실 유해화학물질을 다량으로 취급하는 사업장에서는 한번 사고가 나면 중대 산업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

따라서 사전에 유해위험요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빈틈없이 관리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에 따른 화재·폭발, 누출 등으로 인한 중대 산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1996년부터 공정안전관리제도(PSM)를 도입해 점차 적용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화학사고 예방 정보를 담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도 개발·보급하는 등 여러 가지 대비책을 마련해 사업장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에 발생한 구미 불산 누출사고 사례를 보더라도 화학사고는 한번 발생되면 사업장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즉 단순히 울산, 여수 등과 같이 대규모 화학단지가 입주해 있는 곳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경남지역만 보더라도 공정안전관리제도를 적용받는 사업장이 다수(70~80여개) 있고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도 산재돼 있어 화학사고 예방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노·사가 함께 주기적으로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위험성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더불어 자체적으로 규정한 안전수칙, 절차, 지침 등 기본을 잘 지켜 나간다면 사업장에서의 모든 사고는 백전불태(百戰不殆)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산업현장의 무재해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업주, 근로자, 시민 모두가 안전에 대해 늘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늘 평안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