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은 | 대구안실련 시민안전연구소 소장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원인이 규명될 때마다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지난 2012년 이탈리아 연안에서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가 침몰했을 당시 먼저 탈출한 선장인 프란체스코 스케티노 선장을 세계인들은 욕하고 비난했다. 헌데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했던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졌다. 프란체스코 선장이 비난을 받았던 것처럼 세월호를 버리고 몰래 탈출한 이모 선장에게도 세계인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움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어느 외신은 세월호의 선장은 악마라고 악평했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 ‘후발 현대화의 한계와 취약성을 보여준 참사’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밖에 없어 다시 한번 부끄럽다. 더 나아가 자식 잃은 학부모에게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고를 되짚어보면 1차적으로 선장의 무능함과 초보 항해사의 서툰 운항이 우선적으로 지적되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조류가 급해 위험항로로 손꼽히는 맹골수도에서 초보 항해사에게 지휘를 맡긴 선장에게 또 울분이 치민다.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연륜 있는 전문가로서 하지 말아야 할 과오를 저지른 선장에게 되묻고 싶다. 1년 기한의 임시직이라도 선장의 명예와 지위는 어디로 갔는가?

선주의 잘못은 더 크다.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18년이나 사용해 폐선에 가까운 여객선을 들여와 안전운행을 위한 수리와 정비·점검에 들였어야 할 비용을 객실증설 작업에 쏟아부었다. 아울러 비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여객선 사용기한을 30년으로 늘려준 국회와 정부에도 그 책임을 물어야 마땅할 것이다.

특히 위기 상황을 논의할 때마다 언급되는 것이 초기대응이다. 위기 시 사용하라고 매달아 둔 구명보트는 왜 풀리지 않았는지, 배에 적재된 컨테이너와 차량들의 고정 장치는 왜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고 지금까지 운행되어 왔는지 규명되어야 한다.

또 해경과 정부부처의 관리소홀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선박을 개조하면서 무게중심이 변하는 등 여러 위험이 사전에 노출되었는데도 전혀 제재가 없었다. 이처럼 사고가 터지고 난 다음에서야 행정당국의 관리 소홀이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것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고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또 다른 부분은 선원에 대한 안전교육이다. 연간 54만원의 교육비 지출로는 사고발생시 선원들의 초동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침몰 과정에서 보여준 선장과 선원들의 초동대처는 위기대응 능력이 부재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오죽했으면 승객의 탈출과 후속조치, 구명장비에 대한 활용 등을 해경과 어민들이 앞장서야 했겠는가. 근로자 안전교육이 고용노동부의 지침 수준이라도 지켜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커진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위기상황 대응능력을 지적하고 싶다. 사고 발생 후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의 위기상황 대응능력은 선원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우왕좌왕했고, 이는 희생자 가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분노케 했다. 구조 잠수부를 돕기 위한 오징어 채낚기 어선의 조명시설 지원과 바지선 활용 방안 등 매스컴에 보도된 많은 구조 아이디어가 희생자 가족과 민간전문가들이 제공한 것이라고 하니 더욱 한심하고 부끄럽다.

이 같은 문제는 관련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장에 대한 선임을 정치논리로 풀어온 탓이 크다. 정부는 행정 경험자가 안전환경 업무를 대응해온 작금의 현실을 과감히 타파하여 경험과 전문지식을 겸비한 안전보건전문가를 발탁할 필요가 있다. 전문성 없는 기관장은 향후 발생될 사건에서도 컨트롤타워의 부재라는 문제점을 또 드러낼 것이다. 위기대응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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