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개인이 1년의 계획을 정초에 세우듯이, 회사의 안전보건관리계획도 연말연시에 즈음하여 세워져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 내용에 충실해야 하듯이, 회사 안전보건관리의 성과도 안전보건관리계획의 충실도에 따라 좌우된다.

안전보건관리가 형식적·미봉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관리계획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안전보건관리계획의 기본인 연간 관리계획의 책정은 안전보건관계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안전보건관리계획을 매년 반복적으로 수립하는 가운데 언제부터인가 계획이 기계적으로 작성되고, 그 결과 현장에서 실제 이행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안전보건관리의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기업의 모든 활동이 일정한 계획 하에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적절한 계획이 있어야 모든 임직원의 눈이 목표로 향해져 팀플레이 활동이 가능해진다. 보트의 노를 저을 때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제멋대로 저으면 그 배는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게 된다.

안전보건관리계획을 책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안전보건 수요란 현상을 토대로 한 관리대상이라 할 수 있다. 수립된 계획에 따라 추진했는데, 이것이 잘못된 수요에 기초하였다면 결말이 좋을 수가 없다. 이에 따라 기업의 안전보건의 과거, 현재, 장래 동향을 잘 확인하면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보건 수요가 파악되고 나면,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물론 안전보건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목표로 삼기에는 너무나 막연하다. 구체성이 없는 관념적인 목표는 근로자 측에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한다.

그렇다고 산업재해 발생건수, 재해율과 같이 수치화된 목표 수준만을 내걸면 실시과정에서 수치에 얽매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실행해야 할 내용을 명확히 제시하고 실시상황을 확인해 나가는 한편, 목표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 준비되어야 한다.

한편 안전보건관리계획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결심하는 것, 즉 의지만으로는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안전보건관리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에는 이것을 실제로 실행하는 체제(안전보건관리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츠와는 달리, 호루라기를 부는 것만으로는 근로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없다. 체제에는 실행을 위한 인원체제, 시간의 확보, 안전보건관계자에 의한 지원체제 등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안전보건관리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먼저 실행안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에서 충분히 심의를 한 뒤, 기업조직에서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계획의 실시에는 홍보활동도 중요한 요소이다.

안전보건관리계획은 일정한 효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는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제에서도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겨진다.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에는, 그 배경을 충분히 검토하고 활동내용이 불충분했는지, 계획 자체에 결함이 있었는지 등을 충분히 검증하여 다음의 대책에 반영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뭍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게도 많은 점에서 교훈을 주고 있다. 아니,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안전보건관리계획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