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부터 대응까지 안일한 대처가 대형인명 피해 불러와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인한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남 진도 해상에서 수백명의 사상자와 실종자가 발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647톤급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16일 침몰한 것이다. 22일 오후 11시 30분 현재까지 476명의 탑승인원 중 1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고, 181명의 생사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참사로 인한 피해 규모로 보면 지난 1993년 292명의 사망자가 난 서해훼리호 사고를 웃돌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 지난 20년 동안 정부는 물론 각계에서 해양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전개했지만 아직도 미비한 점이 많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본지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세월호 사고부터 대응까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8시 58분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동 북방 1.8마일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647톤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수 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세월호에는 수학 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일반 시민 등 총 47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신고를 받은 당국은 이날 9시 40분경 현장에 구조대를 급파해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구조작업은 난항을 겪게 되고 사고 당일에만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이튿날에도 상황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해경특공대, 해군 잠수부 등이 정조시간에 맞춰 밤샘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13명의 사망자가 추가되면서 17일에만 18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은 그나마 실종자 수색에 활기를 띄었다. 오전 3시 30분경 사고 현장에 3200톤급 크레인 3대가 도착하고, 세월호 선체에 공기가 주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12시 35분경 세월호는 결국 수면 아래로 가라 앉고 말았다.

19일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고 해상의 기상이 악화되면서 민간 잠수부 일부가 철수했을 정도다. 해경은 야간수색·구조활동을 위해 일출시까지 조명탄 880발 투하하고, 채낚기어선 9척을 동원하기도 했지만 사망자는 33명으로 늘어났다. 20일에는 민관군 합동 구조팀이 객실에 처음으로 진입해 시신을 잇따라 발견하기에 이른다. 결국 22일 오후 11시 30분 현재까지 12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 당국의 안일한 대처 도마 위에 올라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 당국의 대처는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 시작은 세월호의 정확한 승선 인원을 파악하지 못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세월호 침몰 사고 범부처 사고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는 지난 18일 여객선 승선자는 476명, 구조자는 174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발표한 승선자(475명)보다 1명이 늘어난 반면 구조자는 179명에서 5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대책본부는 “선사로부터 제출받은 승선 현황에 475명이 승선한 것으로 돼 있었으나 확인결과 2명이 승선하지 않았고, 생존자 중 3명이 승선원 명부를 작성하지 않고 승선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승선 인원을 사고 발생 직후인 △16일 오전 10시 471명 △오후 2시 477명 △오후 4시 30분 459명 △오후 8시 462명 등으로 4차례나 정정했다. 또 다음날 오전 9시 475명으로 또 변경했다. 선사 측 집계가 바뀔 때마다 해경에 통보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정부당국이 해경 자료를 바탕으로 승선 인원을 수정 발표한 것이다. 즉 잘못된 정보를 공개하고 정정하기를 반복한 것이다.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혼선은 계속됐다. 대책본부는 지난 20일 오전 0시 28분께 ‘민관군 합동 구조팀이 침몰 선체 유리창을 깨고 선내에 진입, 사망자 3명 수습 성공’이라는 긴급 공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30분 뒤인 오전 0시 58분께 ‘실종자 3구 추가 인양’이라는 보고 문자메시지와 함께 ‘사망자 39명’이라는 진행상황 보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대책본부는 13분 만인 오전 1시 11분께 ‘선내에서 수습한 사망자 3명을 추가 수습으로 오인한 것’이라고 정정 메시지를 보냈다. 승선 인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선을 부추긴 대책본부가 또다시 사망자수 집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대책본부가 사망자 관련 발표를 할 때마다 실종자 학부모와 가족들은 내 자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실신하는 등 큰 충격을 받았다. 관계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국민들에게 불신감을 안겨준 것이다.

이에 정홍원 총리는 “발표에 혼선이 있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정보를 정확히 공유하지 못하고 빨리 발표하려고 하다보니 이 같은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부, 안산시·진도군 특별재난지역 선포

정부는 지난 20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안산시와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대책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의 ‘안산시, 진도군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을 재가했고,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을 위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안산시와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고 밝혔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안산시와 진도군은 정부로부터 부상자와 실종자를 위한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피해주민에 대한 구호 및 복구, 응급대책, 생계비 등의 지원이 이뤄지며 세금감면과 학자금 면제 등의 혜택도 제공된다.

한편 이번 사고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이뤄진다. 보건복지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세월호 침몰 참사 피해자, 유가족 등에 대한 대상자별 심리지원 대책을 시행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먼저 단기적으로 안산시와 진도군에 위치한 정신건강증진센터와 국립병원을 활용해 사고 생존자와 유가족 뿐만 아니라 구조요원과 지역주민에 대한 정신건강을 관리하기로 했다.

또 현재 고대안산병원에 입원 중인 단원고 학생은 고대안산병원이 우선적으로 심리적 지원을 전담하되, 정신과 전문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와 1대 1로 주치의를 지정해 퇴원결정 및 사후관리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일반 탑승객, 구조요원 등에 대해서는 해당 시도의 광역 및 기초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중심으로 심리지원이 이뤄진다.

 


심리지원 중·장기 대책도 마련됐다. 안산지역 피해자 및 주민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최소 3년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별도의 ‘안산 심리외상지원센터’를 설치해 피해자, 유가족, 지역주민에 대해 정신건강 문제 진단 및 지원을 검토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한 대상자가 3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부실한 선박안전관리가 대형참사 불러온 것으로 추정

현재 정부는 선체 인양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동시에 사고 원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대책본부는 지난 21일 ‘선체 인양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전남 진도군청 2층 대회의실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생존자 구조에 비중을 두고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며 “다만, 선체 인양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피해자 가족들과 협의해 사전 인양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선박회사인 청해진해운과 선주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대형참사는 결국 선박회사와 선주의 회사 경영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회사와 선주가 책임질 부분에 있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대검찰청과 해양경찰청은 지난 17일 여객선 침몰 사건에 대한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사고는 부실한 선박점검과 안전불감증이 야기시킨 참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여객운송사업자는 해운법 22조에 따라 해운조합으로부터 안전운항에 관한 지도 감독을 받게 돼 있다. 선장의 신체상태, 화물 적재상태, 구명조끼 및 소화기상태 등 선박 운항에 관한 모든 사항이 점검 대상이다.

하지만 사고를 대비해 단단히 고정돼 있어야 할 컨테이너 박스들이 우르르 쏟아졌고, 배가 침몰할 위기에 사용할 구명뗏목(구명벌)은 46개(25인승)나 달려있었지만 1~2개를 제외하곤 제대로 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선장이 작성한 안전점검 항목과 화물 적재상태·선원수 등도 엉터리로 작성돼 있었다. 안전점검표에는 승용차·화물차 등 차량이 150대, 화물이 657톤을 실었다고 적혀있으나,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차량 180대, 화물 1157톤이 선적됐다고 밝혔다. 선원수도 24명으로 기록했으나 사고 후 최종적으로 확인된 숫자는 29명으로 나타났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제대로 된 확인절차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안전관리를 담당해야 할 해운조합의 회원사가 모두 국내 민간 해운업체로 구성돼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출항 전 안전관리도 부실했다. CCTV 확인 결과 세월호에 마지막 차량이 올라탄 시간은 지난 15일 오후 8시 52분으로 나타났다. 출항 시간이 8시 55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3분 만에 배가 출발한 것이다. 운항관리 규정에 따르면 출항 10분 전에 모든 화물 적재를 끝내야 한다. 화물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단단히 선체에 고정하는 작업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고는 탑승인원 파악, 화물 적재한도 초과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참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고는 안전불감증에서 기인한 최악의 인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후속대책 마련 박차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광공사·관광협회·지자체 등 관광 관련 기관·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관광안전 종합대책반’을 구성했다.

대책반은 관광안전 관련 상황 관리, 현장 안전점검, 관광객 안전대책 마련과 시행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국내관광반, 관광산업반, 국제관광반, 관광레저반 등 4개 분과로 구성된 대책반은 국내관광 안전대책 시행, 관광업종별(여행업·유원시설업 등) 안전대책 강구, 해외 방한시장 모니터링, 관광(단)지와 해양·수상관광 안전대책 마련 등을 담당한다.

또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1학기 수학여행을 당분간 전면 금지하겠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사고는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고”라며 “수학여행 시 선박으로 이동하는 경우에 대비한 안전매뉴얼을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과 협력해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지난 16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긴급 공문을 보내 “각급 학교 현장체험학습의 안전 상황을 재점검하고 조금이라도 안전에 우려가 있으면 취소하라”고 조치했다. 아울러 각 시·도교육청에서 이미 수립한 학교별 현장체험학습 안전대책을 재점검해 보완하고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할 것을 요청했다.

일단 정부는 이번 사고의 수습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제기된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는 정부를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과제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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