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부터 우측통행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약 9개월간의 시범기간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우측통행은 1903년 고종황제의 전용어차가 들어옴에 따라 1905년에 처음 시작됐다. 그러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강제적으로 일본과 같은 좌측통행으로 변경됐는데, 해방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다시 우측통행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보행질서는 외세의 영향 등에 의해 우측통행과 좌측통행을 오가길 반복하다 결국 자동차는 우측통행, 보행자는 좌측통행이라는 기형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어려서 불렀던 동요 중 ‘차들은 오른쪽길 사람들은 왼쪽길’이라는 노래가 당시 상황을 잘 표현해 준다.

이렇게 반백년의 세월에 걸쳐 큰 불편 없이 좌측통행을 해오던 습관을 최근 들어 갑자기 우측통행으로 바꾸자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보행자의 안전과 보행의 효율성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과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우측통행을 할 경우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고, 횡단보도에 진입하는 차량과도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교통사고의 약 20%가 감소한다고 한다.

또 국토해양부의 경우 우측통행 원칙이 정착되면 보행속도가 1.2배에서 1.7배 증가되고 보행자의 심리적 부담도 13%에서 18%까지 감소된다고 밝혔다. 이밖에 안전에 있어서도 지금보다 7%에서 최고 24%까지 보행자간 충돌횟수를 감소시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기대와는 달리 정작 우측통행이 시작되면서 나타난 현상들은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들만 보이고 있다. 우측통행이 본격 시행된 지난 1일 출퇴근 시간대 서울 주요 환승역에서는 우측통행을 하려는 사람들과 기존의 좌측통행을 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대혼란이 일어났다. 이동속도가 늦어진 것은 물론 안전에 있어서도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우측보행을 하고 싶어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동선이 여의치 않아 불가능하다는 일부 시민들의 지적까지 나왔다.

이는 보행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이동 동선이 완전히 개선되지 못한 채 우측통행이 실시됐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이런 문제점은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난 지금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다.

우측통행을 시행하면서 정부는 476개 철도역, 15개 공항, 670개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 보행관련 시설 2,937곳을 우측보행에 맞게 전환했다. 하지만 현재 구조적인 문제로 우측통행으로 동선을 변경하지 못하는 시설이 779개소나 남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1분 1초를 다투며 뛰어야하는 아침 출근시간에 이러한 보행 동선상의 문제점은 보행 효율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사고의 위험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들은 수십 년간 좌측통행을 해왔던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측통행이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보다 나은 질서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사항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은 비록 불편하고 혼란스럽겠지만 이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해 우측통행 원칙을 하루 빨리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동안 개선하지 못한 보행 동선을 시급히 개선하고, 시민들에게 우측통행에 대한 계몽과 홍보를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

월드컵 경기의 응원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 국민은 공통의 관심사에 놀라울 정도로 응집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저력이 있는 한 이번 우측통행도 지속적인 홍보만 뒷받침 돼준다면 빠르게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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